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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태교도시' 용역보고서 실망… 구호로는 성공 못해

‘태교도시’ 용역보고서 실망…구호로는 성공 못해

‘태교도시 용인’ 선포식을 앞두고, 용인시가 모 대학에 의뢰한 ‘태교도시 기본계획 연구용역 최종보고서’가 나왔으나 매우 실망스럽다. ‘태교도시 용인’은 시 승격 20년을 맞아 시가 독자적인 도시브랜딩 일환으로 추진 중인 사업이다. 더욱이 정찬민 시장이 도시 정체성 확립과 지역 문화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발굴한 첫 번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만약 정 시장이 세계 최초로 ‘태교도시’를 선포한다면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태교야말로 인간 세계의 영원한 공동 과제이기 때문이다. 태교는 이미 중국과 우리나라 왕실을 중심으로 수백 수천 년부터 전해 내려온 첫 번째 ‘생명운동’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각계 전문가들이 “태교는 ‘과학’이요, ‘인문학’이다”라는 말로 주창, 이를 입증하고 있다. 유대인들이 태교를 종교 못지않게 중시하고 있다는 것 또한 주지할만한 사실이다.

오는 21일 예정인 용인시의 ‘태교도시’ 선포는 분명 세계사적 사건이다. 그럼에도 용역보고서에는 ‘태교도시’라는 기본개념조차 없다. 전반적인 내용과 형식도 자세히 보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정말 유감인 것은 100만 용인시민들에게 과연 ‘태교도시’가 무엇이고, 왜, ‘용인이 태교도시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 혹은 당위성에 대한 설득이 없다. 결국 태교도시 선포 후 성공적인 성과물은 무엇인지, 또한 시의 투자 타당성과 시민이 얻는 이익은 무엇인지도 전혀 알 수가 없게 됐다.

처음부터 이 보고서가 ‘태교도시 용인’으로 가는 길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채 보편적인 자료 나열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용역을 의뢰한 용인시나 용역 수행기관 모두 ‘태교’와 ‘태교도시’가 어떤 학제(學際)적 관계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이해 부족 결과로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정 시장은 태교도시가 자신의 임기와 같이 종언을 구하고 폐기될 전시행정으로서의 태교도시가 아닌 ‘태교’와 ‘도시’에 대한 학제적 접근법(interdisciplinary approach) 연구를 통해서 향수 수십 수백 년의 도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용인시가 태교에 관한 트랜디(trendy)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몇몇 하드웨어를 조성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성공적인 ‘태교도시 용인’은 불가능하다.

보고서가 수록하고 있는 다양한 그러나 지극히 일반적인 웃음태교, 영어태교, 음식태교, 숲 태교 등에 예산을 지원함으로 태교도시 용인은 만들어질 수 없다. 유행은 진부화(陳腐化) 될 것이므로 결국 시민의 세금 낭비와 용인시 브랜드 가치의 손실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1882년 건축이 시작된 가우디의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33년이 지난 오늘 현재까지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미완의 아름다운 성당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치를 더욱 빛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불과 십 수 년 전 학교와 학생의 비율이 높았던 청주는 스스로를 ‘교육도시=청주’로 칭했지만 오늘날의 청주를 ‘교육 대표 도시’로 인식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학교가 많다고 교육도시가 아니다. 학교와 학원이 운집한 그냥 학원가일 뿐이다.

태교도시는 다른 도시가 따라올 수 없는 ‘태교문화’를 기초로, 깊이 있는 학술적 연구와 계승발전이 선행되어야 한다. 앞으로 용인시가 태교도시가 될 수 있을지 없을 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명확한 것은 출발점이 용인시의 특별한 자산인 ‘세계 최초의 태교 교본(지침서)’로 불리는 ‘이사주당’의 ‘태교신기’ 연구에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구호로의 ‘태교도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