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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역사는 역사다

역사는 역사다.

교과서 왜곡은 이웃 섬나라에서 우리나라를 시샘해 장난치는 ‘전유물’ 쯤으로만 생각했었다. 일본 아베 총리와 극우 세력들은 일본의 양심 세력들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들의 거센 항의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집요하게 역사 왜곡을 시도했다. 급기야 위안부와 독도 문제까지 자국 입맛에 맞게 왜곡, 교과서로 만들어 제국주의의 후예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기자는 “일본은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존재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과거 없는 미래는 존재할 수 없다. 단순한 이치조차 망각한 국가를 누가 인정할 것이며, 그런 곳에 미래의 신이 어떻게 함께 할수 있단 말인가.

독일은 1990년 나치 정권 피해자 배상법, 1992년 연금 형태 배상법까지 만들어 동독 거주 피해자들까지 모두 배상했다. 1970년, 빌리 브란트 총리는 폴란드 방문 때 바르샤바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했다. 이후 헬무트 콜 총리, 앙겔라 메르켈 총리, 폰 바이츠제커 전 대통령 등도 기회만 나면 계속 참회하고 사죄했다. 2013년에는 70년 전 학살 나치 전범을 재조사했다. 나치 전범은 시한에 관계없이 처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또 역사바로잡기 운동 일환으로 프랑스와 공동 제작한 역사 교과서를 2006년부터 고등학교 교재로 쓰고 있다. 그러니 일본은 독일에 비해 얼마나 수준이 낮고, 치졸한 국가인가.

반면, 일제 강점기부터 6·25전쟁까지 무려 반세기 동안 수난을 겪은 대한민국이, 더군다나 섬나라처럼 고립된 이 좁은 땅에서 난데없이 교과서 국정화로 또 다시 이념 전쟁을 치르고 있다. 수많은 역사학자들과 국민들이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꿈쩍도 않는다.

단초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정부 여당과 보수 세력들까지 합세해 좌편향의 역사 교과서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명확한 타깃을 설정, 그야말로 이념 전쟁을 선포했다. 교과서가 잘못 됐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국정화 추진의 당위성과 논리는 뼈만 앙상해 보인다. 너무 억지스럽다 못해 서글프다.

교육부는 ‘비밀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수시로 청와대에 상황 보고까지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교과서를 비밀리에 모여서 작당하듯 만든다? …차라리 발각됐을 때 솔직하게 인정한 후 사과했으면 나았을지도 모른다. ‘비밀TF’ 운영비도 정부 국무회의에서 ‘예비비’를 의결, 이 역시 국회 예산 심의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 편성임에 틀림없다. 왜, 자꾸 어둠의 시대를 연상하게 만들고,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만드는지 한심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최근 이명박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 초기까지 국사편찬위원장을 맡았던 이태진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명예교수 인터뷰가 눈길을 끌었다. 자칭 중도보수인 이 교수는 “국정 교과서 내용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편향·왜곡될 수 있다”면서 “좌편향 (현 한국사 교과서)교과서는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한 입장에서 불만이 있더라도, 획일적인 것보다는 내용의 다양성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를 키워가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진짜 문제는 한국사뿐만 아니라 문학, 경제, 사회 전 분야 교과서를 손봐야 할 좌편향이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결국, 국정화 문제는 시작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좌편향 운운하는 사람들에게 꼭 묻고 싶은 게 있다. 당신들은 패배주의 역사를 가르쳐선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우리나라 역사를 교과서까지 제멋대로 왜곡하고, 제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에게는 왜 메아리 없는 함성 한번 제대로 질러보지 않았느냐고” 또, 자기 가족들의 친일 전력에 대해서는 왜 대국민 사과한마디 없이 그렇게도 뻔뻔할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