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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사람

박춘희(장평잡화 대표)

   
▲ 박춘희 대표
허름한 구멍가게, 그곳엔 사랑과 추억의 샘이 있다

30년전 이곳에 정착해 가게문 열고 장사 시작
단골손님은 장평초 아이들… 선뜻 장학금 기탁
어려운 형편에도 넉넉한 마음 사랑방 자리매김

처인구 백암면 장평리 장평초등학교 앞 장평잡화(시골가게)는 시골마을의 평범한 이른바 구멍가게다.

장평잡화란 간판보다 시골가게란 애칭의 간판이 더 높이 걸려 있는 이유는 실제 사업자등록증에 표시된 장평잡화보다 애칭으로 불리는 시골가게가 더욱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란다.

   
▲ 가게 앞 정겨운 마을 쉼터-마을 주민들이 오가며 쉴 수 있도록 비닐하우스를 조성했다
가게 앞에는 비닐하우스를 짓고 쉼터도 마련했다. 마을 주민들은 여름이면 들에서 일하다 잠깐씩 들려 음료수로 목을 축인다. 겨울에는 설치한 화목 난로 덕분에 추운 날 버스를 기다리거나 지나는 길에 잠시지만 들려 몸을 녹인다. 오가면서 정겨운 장소로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처음 타향이라 낯설었던 장평리에서 이웃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며 어릴 적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단다. 내가 잘 대해주면 나에게는 모두 좋은 사람이 된단다. 어른들도 잘 섬기고...”라는 잔소리처럼 듣던 부모님의 교훈을 새삼 다시 한 번 새겨본다.

시골가게에서는 지난 6년쯤 전부터 매년 장평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작은 정성을 담은 장학금이 전달됐다. 학생들의 코 묻은 돈으로 운영하는 가게 입장에서는 무척 큰 정성이다.

내용인즉 초등학교 주위와 가게 주위의 은행 열매를 주워, 장에 내다 판 수익금을 고객인 어린 학생들에게 할애했던 것.

   
▲ 일반 잡화를 취급하는 시골가게-수입으로 남매가 성장했다
지금은 학생고객들도 80원짜리 물건을 고르고 100원을 지불한 뒤 남은 20원을 비치된 작은 저금통에 넣어 장학금에 보태는 등 동참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티 없이 고운 마음씨에 감동을 받은 박춘희 대표는 “주워 파는 은행 말고 자연이 주는 선물을 더 찾아보니 주위에 널린 쑥을 발견하게 됐다”며 “쑥이 한창인 계절에 뜯어놨다가 잘 말리고 다듬어서 쑥개떡을 만들어 판매하니 장학금에 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30년 전, 장평리에 올라와 정착하며 어렵게 시작한 가게였다. 가게를 운영하며 가난을 벗어나진 못했지만 그 수입으로 아들, 딸 남매가 대학교까지 마쳤다.

애들은 지금 나름대로 훌륭하게 가정을 꾸몄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아들은 공수특전사 장교로 복무 중이고 딸은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어느 날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한 딸이, 받은 장학금을 친구에게 줬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친구가 등록금을 걱정하며 울고 있기에 줬다는 딸의 얘기를 듣고는 가난했지만 잘 키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박 대표는 “어렵게 공부한 내 아이들을 생각하며 시작한 장학금 전달이기에 아무리 어려워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전교생 약 300명을 바라보던 장평초등학교는 현재 전교생이 50여명으로 줄었다.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로 지정돼 학교는 물론 아이들까지도 밝고 맑은 학교가 다시 예전의 건재함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낯선 아줌마가 찾아와 “아줌마! 안녕하시죠?”라는 인사에 어리둥절해 “누구시죠?”하면 “장평초등학교 졸업생이에요” 한다. “아! 생각이 나는 것 같다”며 대화를 이어간다. 가끔씩 청첩장도 받았다. 이젠 이곳 장평리를 고향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