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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사람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김명식 화백

SPECIAL EDITION

   


캔버스 속 집들이 말을 건다... 인종. 언어의 장벽 너머에 행복세상이 있다고...


집같은 얼굴? 억굴같은 집? 그런데 가슴이 따뜻해진다
평화와 행복,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현대미술의 심장 미국 뉴욕을 감동시킨 '독특한 화풍'
동쪽의 햇살 가득한 용인집에서 색다른 이야기


집의 이미지와 얼굴 오버랩… 세계 화단에 신선한 바람

#집으로 얼굴을 표현했으니 분명히 비구상일테지만, 집이라는 것이 누구나 아는 형태이니 반드시 비구상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일상이 머무르는 친근한 집의 이미지와 얼굴을 오버랩 시켜 은유적으로 ‘얼굴’을 표현하고자 한 김명식 화백의 작품에 대한 고민과 고뇌가 읽혀지는 순간이다. 집이 얼굴이 되는 순간, 김명식 화백의 작가로서의 터닝포인트가 마련됐고, 글로벌 작가로의 전환점도 동시에 마련됐다. 그는 현대미술의 종주국인 미국의 심장부에 입성했고, 일본, 중국 등 굵직한 미술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그를 추종하는 세계의 매니아들은 왜 김명식을 고대하는 것일까.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그림

#글로벌 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김명식 화백의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뉴욕의 이스트리버를 배경으로 태어난 그림에는 간결하게 절제된, 그러면서도 섬세한 스토리가 한 가득 담겨있다. 화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희고, 검고, 노란 인종마다, 집집마다, 얼굴마다 얼마나 많은 애환과 스토리가 담겨있을 테지만 그 모든 스토리는 언제나 해가 떠오르는 동쪽, 이스트의 희망으로 살아난다.

모든 작품이 무척 예쁘다. 누가 봐도 아주 예쁘다. 대작이든 소품이든 모두 예쁘다.

김명식 화백의 작품에 대한 첫 인상은 그림 이면의 묵직한 의미를 떠나 아름다운 색채가 눈에 감겨 들어오면서 행복감이 전해진다는 사실이다. ‘집으로 표현한 얼굴’, 혹은 ‘얼굴을 집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을 듣기 전에는 웃고 있는 집으로 읽혀진다. 그런데 그 작품에서 행복이 느껴지는 것은 김 화백의 천진무구함이 전적으로 반영됐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다색의 인종이, 혹은 한 민족 안에서도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부조리한 관계가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평화롭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그림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화면 가득 스며있는 따사로운 햇살과 예쁜 색채가 그가 전하는 메시지의 형태다.

   
화폭 기득 피어낸 다인종·다문화의 조화

#그의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연작은 다인종과 다문화의 어우러짐을 상징한다. 겉으로 드러난 단순화된 집의 형태로 우리 모두의 민낯을 드러내지만 그렇게 화사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한결 같이 천진난만히 웃고 있는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쩌면 한 점의 티끌도 없이 맑게 웃는 평화로운 얼굴이 미국 일본 등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국제적 반향을 불러일으켜 그를 스타덤에 올려놨는지 모른다. 평화는 우리 모두의 가슴을 흐르는 공통된 갈망이기 때문에.

“뉴욕에서 머물던 어느 날, 전철을 타고 작업실을 가는 중 창밖으로 비친 집들이 사람의 얼굴로 보이는 거에요. 지붕은 머리, 창은 눈, 대문은 입으로 내게 다가오는 거에요. 미국이라는 나라는 여러 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잖아요. 집과 인종을 오버랩 시켜 흰색은 백인, 검정색은 흑인, 노란색은 동양인으로 은유해 표현했습니다.”

그는 즉시 작업실로 달려가 정신없이 작업에 몰입했다. 그의 작품은 미국의 심장을 강타했다. 당시 그를 붙잡고 있던 유년의 고향 ‘고데기 시리즈’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택한 미국행. 1999년 무작정 떠난 뉴욕의 소호 거리에서 강한 문화적 충격을 받은 이래 틈 나는대로 뉴욕을 찾아 영감을 느끼던 그가 2004년 1년 동안 롱아일랜드대학 연구교수(뉴욕)로 머물면서 본격적 변화를 시도한 것이 단숨에 현대미술의 종주국인 미국, 그것도 현대미술의 심장인 뉴욕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당당히 미국의 현대미술계에 입성했다.

당시 디아스포라 바이브 갤러리 등 화랑 초대전을 수차례 가지며 작가로서의 제2의 도약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 그때 미국 그랜드이미지사(뉴욕 맨허튼 소재)와 가진 판화 포스터 등의 판권계약은 지금까지도 유효해 아마존에서 김명식 영문 이름이 검색되며, 현재도 로열티를 꼬박꼬박 보내온다. 올해 12월에는 세계 3대 아트페어인 마이에미아트바젤에 초대됐다. 중국 청도 전시도 계획돼 있고, 현재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일본 5개 화랑 순회전시 중에 있다.

   
뉴욕에서 '색채미술가'로 유명세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눈부신 붓의 텃치가 늘 햇살을 머금고 있는 그는 뉴욕에서 색채마술가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화면에서는 파스텔톤의 밝고, 때론 무거운 색채마저도 마술의 하모니를 펼친다. 그의 작품엔 일관되게 색채의 향연이 머물면서 김명식을 가장 김명식 답게 하고 있다.

봄의 따사롭고 포근하거나, 여름의 청량한 햇살이 머무는 캔버스. 그의 작품은 4계의 빛을 머금고 있고, 빛이 스며들어 있고, 빛이 감싸 돌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햇살이 쏟아지는 거리든, 초생달이 떠있는 밤 하늘이든 그의 작품에서는 빛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나이프로 만져진 원숙한 표현기법과 색채가 어우러져 펼쳐내는 마술이다. 마술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그가 뉴욕에서 그린 ‘집 얼굴’들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져 있는 뉴욕이라는 용광로를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는 인종간의 차별과 갈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화합과 하모니를 주제로 한 한결 같이 웃는 얼굴로, 혹은 색채와 빛의 조화로 모든 것을 승화시켜 담아냈다. 평화를 기원하는 작가의 간절한 희망을 담아.

하늘 높이 치솟은 높은 빌딩도 복잡한 거리도 아주 단순화시킨 삼각 지붕과 사각의 벽이 이어진 집 형태로 표현된다. 배경화면은 텅빈 공간이다. 언뜻 강물위에 배가 둥둥 떠있는 것 같기도 하고, 동터오는 희뿌윰한 아침 안개가 피어나는 듯도 하고, 눈부시게 빛나는 대자연의 황홀함이 그대로 표면에 드러나기라도 하는 듯 비어있는 배경에는 꽃과 햇살 가득한 예쁜 정원의 모습이 미소 짓는 듯도 하다.

일본 규수산업대학 연구교수(일본 후쿠오카) 시절인 2010년에는 일본 남단 규슈지역부터 북쪽 홋카이도까지 전 열도를 화랑초대로 순회전시 하기도 했다.

김 화백이 집을 그려온 지 15년이다. 이제 그의 캔버스에서 만나는 얼굴은 단순히 인종을 뛰어넘는다. 부부사이, 부모 자식 사이, 형제, 친구, 연인 등 인간사회의 모든 얼굴과 스토리를 풍성하게 담아내고 있다.

아기 얼굴을 닮은 듯한 천진스런 표정은 지구촌 모든 이들의 마음을 영원히 미소 짓게 할 것이다.

   
이스트사이드 스토리에 빠지다

#김명식 작가는 경기도 광주군의 고데기 마을(현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태어났다. 유년의 자연을 담은 고데기 시리즈에 이어 지금은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열정을 바치고 있다.

지난해 8월 부산 동아대학교 미대 교수를 정년퇴직하고 용인에 새롭게 신축한 집으로 이사한 그는 23년간 동아대 교수를 비롯한 45년여의 오랜 교직의 매인 몸에서 자유롭게 벗어나 자유분방한 붓길을 쏟아내고 있다. 교직에 있으면서도 수백여회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했을 정도니 앞으로 펼쳐질 그의 용인 시절이 기대된다.

용인 집은 동쪽의 햇살을 받게 지어져 온종일 햇살이 머문다. 그렇게 따사로운 빛을 담은 최근작이 수지구 성복동 소재 정구찬갤러리에서 2월 2일부터 한 달간 선보인다. 입체적 조형물로 변신한 집도 함께 전시된다. <글/박숙현 기자, 사진/김종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