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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상 영어동화

I will share it with you

이미상의 영어동화

When This Box Is Full

By Patricia Lillie ● Pictures by Donald Crews

『When This Box Is Full』 은 열두 달 이름(month)을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저는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영어의 열두 달 단어들이 좋았습니다. 그 이름들은 또 그 달(month) 과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요. Jun, July .......발음하면 지금도 첫사랑의 이름들처럼 설렙니다. <사이먼 & 가펑클>의 노래 중 ‘April come she will’을 좋아했는데, 그 이유가 April, Jun, July, August.....이런 노래 가사 때문이었습니다. 그 후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을 읽고 열두 달 영어이름의 유래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순 우리말의 열두 달 이름이 있습니다. “1월은 해오름 달, 2월은 시샘달..... 10월은 하늘연달....” 우리말 열두 달 이름들도 모두 예쁩니다. 인디언들의 열두 달 이름도 있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 연못에 물이 고이는 달... 얼음이 풀리는 달...” 그레고리력을 사용하기 전의 달의 이름들, 아이들에게 이런 이름들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디자이너이면서 작가인 는 국내에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닙니다. 이 책이 유명한 것도 의 일러스트 때문일지 모릅니다. 『Truck』 『Freight Train』 의 작가 Donald Crews는 우리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Donald Crews의 보통 일러스트와 달리 이 책은 사진위에 채색작업을 한 것이랍니다.
빈 상자 앞에서 턱을 괴고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매달 한 가지 물건을 상자에 담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줄 뿐입니다.

January a snowman's scarf, February a red foil heart, May a robin's feather, April a purple eggshell, ... August a ribbon from the fair,... October toasted pumpkin seeds, December a wishbone........

상자 속에 물건들을 보면 그 달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1월에 눈이 내렸고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2월 발렌타인데이에는 고백을 받았을 거란 추측도 해봅니다. 3월은 울새가( robin 북미산) 돌아왔습니다. 창가에 앉았다가 깃털 하나를 남기고 날아간 작은 새 한 마리를 떠올립니다. 여름휴가는 바다에 갔었습니다. 구워먹은 호박씨는 10월의 마지막 날인 할로윈을 위한 것이었겠지요. 11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에는 칠면조요리를 먹고 wishbone을 차지했습니다. wishbone은 칠면조의 목과 가슴 사이에 있는 V자형 뼈입니다. 이 뼈의 양 끝을 두 사람이 잡아당겨 긴 쪽을 갖게 된 사람은 소원을 이룬다는 풍습에서 유래했습니다. wishbone을 차지했으니 반드시 꿈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열 두 달이 다 갔습니다. 가득 채운 자랑스러운 상자를 보며 아이는 말합니다.
“ I will share it with you" 이 때 'Share'는 물건을 공유한다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바로 추억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겠지요. 우리가 물건을 간직하는 의미는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는 것이니까요. 삶은 목표가 아닌 추억을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엄마들에게는 버리지 않고 보관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의 물건들이겠지요. 저는 아이의 베넷저고리, 첫신발, 첫모자 등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또 아이가 어릴 때 낙서처럼 그린 그림들, 엄마 아빠에게 쓴 편지도 모두 간직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간직한 아이의 물건들은 물건이 아닙니다. 다시 올 수 없는 행복한 순간들입니다. 잡을 수 없는 순간들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을 찍고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사는 것도 그런 마음일 것입니다. 우리는 유한한 시간을 살고 있으니까요.

<가족의 탄생> 이란 한국영화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혼자 사는 선경(공효진역)은 엄마를 증오합니다. 엄마가 암에 걸렸는데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본처가 있는 남자의 애인으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미워한 엄마의 장례를 치룬 후, 선경은 엄마가 두고 간 가방을 열어보게 됩니다. 가방 속에는 선경의 어릴 적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선경과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선경을 버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엄마는 선경이 준 카네이션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엄마에 대한 모든 미움과 원망이 눈물과 함께 무너져 내립니다.

아이의 잡다한 물건들, 사소한 추억들을 다 보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소중한 순간의 물건을 간직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혹여 아이가 사춘기가 되어 방황할 때, 우주 공간에 홀로 있는 것 같이 외로울 때, 그 물건들이 힘이 될 것입니다. <가족의 탄생>에서의 선경처럼 엄마가 간직한 사랑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겨울은 추웠습니다. 남쪽에서는 유래 없는 폭설도 내렸습니다. 그래도 봄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곧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바로 지금 빈 상자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빈 상자가 가득 채워질 때 우리 가슴에 사랑도 추억도 가득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 작가의 다른 책

● When The Rooster Crowed
● Everything Has a Place
● Floppy Teddy Bear
● One very very Quiet Afternoon
● Jack and Ros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