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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민 용인시장 특별기고

   
용인 사람들이 함께 경영하는 용인


피해의식의 DNA를 만들어낸 관官

무인 항공기 ‘드론’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는 이제 바둑에서도 인간의 두뇌를 넘어설 기세입니다. 세상의 변화와 혁신은 점점 가속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TV드라마와 극장에서 수 백년 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물에 열광합니다.

영화나 역사드라마를 보면 언제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과 같은 영웅이나 헌신적으로 임금을 보필해온 백발의 충신도 그리고 아무 죄 없는 백성도 예외가 없습니다. 모두 관아(官衙) 즉, 관청(官廳)에 끌려가서 극심한 고초를 당하는 장면입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하고는 때리고 고문합니다. 이런 장면에서 시청자인 우리는 함께 분노하고 아파합니다. 관청(官廳)의 官(관)은 벼슬관입니다. 다시 말하면 관청은 지배계급인 벼슬아치가 피지배계급은 백성을 다스리는 장소나 건물들의 뜻을 담고 전 세계 인류는 수 천년을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불과 수십 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관청, 지금의 시청과 같은 관공서에 오시는 일이 생기면 잘못이 없이도 부담스럽고 별로 유쾌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오랜 세월 동안 세대에서 세대를 이어오면서 관청을 불편해하는 DNA가 형성되었고, 관청에 근무하는 공무원 역시 자신이 시민을 위한 봉사자라는 시대적 소명과 함께 나는 ‘관리(官吏)’라는 역사적 기득권자의 양면성을 가지고 시민 앞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아직도 사무관(事務官) 서기관(書記官) 등 벼슬 ‘관’을 사용하는 직급이 있고 또 그런 문화를 용인(容認)하는 것이 우리 사회입니다.

스마트 혁명이 정부의 행정방식의 변화를 촉발

과거에는 지식과 정보가 소수만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지식과 정보’는 바로 ‘돈’이 됩니다. 독점적인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면 막대한 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개발이 그래왔습니다. ‘돈’은 다수의 국민을 지배하는 원동력이었고, 통치그룹은 이러한 ‘부’를 끊임없이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활동에 집중해온 것이 인류의 역사에서 보편적으로 지속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20세기 인류가 만들어낸 인터넷과 IT혁명은 지식과 정보를 오늘날 인류 보편의 소유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 폰의 보급으로 누구든지 다이렉트로 지식과 정보망에 스스로를 연결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세계 70억 인구 중에서 15억 명이 페이스북으로 서로 연결되어있습니다. 또 축구선수 호날두와 SNS로 직접 소통하는 사람이 2억 명을 넘었습니다. 상의하달(上意下達)의 개념인 소수의 관료, 엘리트그룹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를 소유식(所有式)으로 경영하던 시대는 이제 종언을 고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무지한 백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민의, 시민의 공유물인 국가와 지방자체단체의 운영방식이 혁명적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하여 단 한사람 한국바둑의 이세돌 9단의 두뇌를 넘어서려고 합니다. 언젠가 이세돌 한명은 인공지능에 질수 있겠지만 바로 여기에 해답이 있습니다. 우리 사람들도 두뇌의 힘, 지성의 힘, 지식의 힘, 정보의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들 모두가 공유하는 대한민국을, 용인시를 위하여 그 힘을 더 해야 합니다. 이것이 공공경영 즉, 거버넌스governance입니다.

   
▲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거버넌스 방식의 개념
거버넌스governance 방식

거버넌스라는 용어가 아직은 생소하고 복합성이 있어 용어의 사용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함께 사용되는 용어라 굳이 협치(協治)와 같은 한자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거버넌스로 사용하겠습니다. 거버넌스 방식을 ‘행정行政)’의 넓게 확대되고 발전된 시스템과 프로세스의 의미로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옛날 권위주의 시대의 행정운영 방식은 ‘통치’였습니다. 지배자는 다스리고 백성은 따릅니다.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는 오늘날에도 안타깝고 그리고 불행하게도 북한에서는 이 ‘통치적 방식’이 화석처럼 남아 있습니다.

거버넌스 이전의 방식은 공무원 등 소수의 전문 그룹만이 행정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몇몇 위원회를 두고 시민의 참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정도로 적용되어 왔습니다. 아마 이 방식은 적어도 IT와 스마트 혁명이전까지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나 이제 선진국의 문을 두드리는 한국도 시민이 핵심역량으로 참여하는 거버넌스 방식의 전면적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영을 뛰어난 리더나, 영웅 한사람에게 맡기는 시대는 끝이 났습니다. 우리는 영웅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용인시만 해도 이제 인구 100만 명에 연간 2조원이 넘는 대한민국 중심 도시 중 하나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도지사, 시장(市長)의 역할도 이제는 더 이상 이끌어가는 리더(leader)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leader는 지도자를 의미합니다. 지금까지는 대한민국은 각 부문에서 리더 중심의 행정을 수행하여 왔습니다. 하나의 뛰어난 엔진으로 거대한 배를 이끌어 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항해 방식은 만일 그 하나의 엔진에 문제가 생기면 망망대해(大海)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도자 중심이 아니라 거버넌스의 최고 경영자가 조율과 소통, 매니지먼트의 역량으로 조직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용인시의 경우 엔진은 100만 명의 시민입니다. 100만개의 합리적인 두뇌가 우리 용인의 경쟁력입니다. 시장은 시민, 전문가와 함께 우리가 정한 방향과 목표대로 용인시가 잘 순항할 수 있도록 소통의 중심에서 조율하고 매니지먼트해 가는 것입니다. 시의 비전과 운명이 시민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거버넌스의 발전과제

이러한 거버넌스 방식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사회기관, 기업 등에 다양하게 적용 할 수 있습니다. IT에 적용하면 IT거버넌스가 됩니다. 그러나 결국 이를 운영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완벽하지 않고 불편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낡은 관습’을 버리고 ‘불편한 프로세스’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 불편함이 100만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더 지켜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용인이 대한민국과 세계적인 거버넌스 전문가 그룹에 자문을 구하고 모든 공무원이 시민께 헌신하고 봉사하며, 효율적인 거버넌스를 위하여 연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민과 함께 시스템을 개선, 보완하고 발전시켜나갈 것입니다.

교통사고를 줄이는 방법은 올바를 운전방법으로 교통법규를 준수하는 것뿐입니다. 좋은 도시를 만드는 방법은 도시의 주인이 중심이 되는 거버넌스 설계와 효율적 프로세스를 만들어 모두가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용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제까지의 평가일 뿐입니다. 우리는 오늘과 내일의 안전과 행복이 중요합니다. 100만 시민 모두가 함께 용인이 모든 일에 참여해야합니다. 시민이 시와 구청 등 내 고장의 예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도로 등 SOC의 개발과 문화, 안전, 복지 등 전 부문의 발전의 중심이 되는 일은 너무도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거버넌스 참여자가 또 하나의 새로운 권력자, 기득권자로 전락되지 않도록 그 영향력에 상응하는 윤리의식과 감사기능도 요구됩니다.

용인시는 이제 100만 도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100만개의 소중한 삶, 100개의 소중한 꿈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용인시 공무원 모두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