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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용인의 생태 환경을 다시 한 번 고민할 때

-포토에세이 『독수리의 꿈』 사진가 노트 中에서-

 

용인의 생태 환경을 다시 한 번 고민할 때

-포토에세이 독수리의 꿈사진가 노트 에서-

 

  뒤늦게 ‘하늘의 제왕독수리 사랑에  빠졌다. 우연히 고향인 용인에서 멸종위기의 겨울 진객들을 무더기로 만났으니 행운임에 틀림없다. 혼자 보고 느끼기엔 너무나도 아까워서 나름 충실하게 사진기록을 했다. 그리고 한순간 만끽했던 그때의 여운을 아이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사진전과 함께 사진집까지 욕심을 냈다.

 

천연기념물 243호인 독수리는 초원 생태계에서 최고의 포식자다. 물론 검독수리처럼 살아있는 동물을 공격하는 맹금류는 아니다. 동물의 썩은 사체만을 먹는 자연계의 청소부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세계적으로 독수리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독수리가 전 세계에 23종이나 되지만 멸종 위기에 처한 종류가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겨울철새인 독수리 역시 급격한 기후 변화와 먹이 환경이 나빠지면 순식간에 멸종될 수도 있다. 다행히 아직은 전문가 그룹들이 나서서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보호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이 독수리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티베트·중국·몽고·만주 등지에서 분포하고 있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에서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문화재청과 미국 덴버동물원 등의 연구진과 함께 5년간 독수리 50마리에 위치 추적기를 부착해 생태와 번식지, 월동지간 이동 경로를 밝혀냈다. 우리나라에서 월동을 마친 독수리들은 경기도 연천 휴전선을 통과해 북한에 진입, 평양과 신의주를 거쳐 중국 랴오닝 성을 지나 몽골에 도착한다. 몽골에서 1~2주간 휴식을 취한 독수리들은 다시 1700km를 날아 내몽골자치구를 거쳐 번식지인 몽골 오브스까지 장장 59일간 3400km를 날아갔다. 한반도에서의 월동을 위해 왕복 6800km를 난 셈이다.

 

우리나라와 몽골을 오가는 독수리들은 2016년 현재 3000여 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위치 추적기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독수리는 우리나라 전역에 날아오지만 주기와 장소가 일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파주, 그리고 경남 고성 등을 오간다. 따라서 두 달여 동안 경기도 용인에서 100여 마리의 먹이활동이 확인된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타 지역 독수리 먹이터(Vulture Restaurant)에 먹을거리가 없어서 용인지역까지 흘러 들어왔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몽골에서부터 우리나라까지 수 천km를 날아오는 독수리들은 먹이경쟁에서 떠밀려 남하한 난민 신세의 어린 독수리들이다. 지금도 많은 전문가들과 단체,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서 독수리 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잠시 왔다가는 철새이기에 지속적인 관심이 사라지면 항상 멸종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들은 먹잇감을 사냥하는 맹금류가 아니다. 오히려 동물사체의 바이러스나 병원균 등의 오염원을 정화시켜주는 청소부 역할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먹잇감을 놓고 벌이는 쟁탈전,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작은 텃새인 까치와 까마귀들에게 오히려 쫓겨 다니는 모습 등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날 정도다. 물론 하늘을 날 때의 위상만큼은 역시 하늘의 제왕이라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국제적 멸종 위기의 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그룹이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먹이터를 마련해 주는 등의 현실적 노력이 절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