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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문학회 용인문학 아카데미 ‘시창작반’

“중견 시인이 지도하는 창작과 비평의 산실”

용인문학회 용인문학 아카데미 시창작반

 

8년 전부터 시작 매주 20여 명씩 17기 째 열강

아마추어등단 작가까지 시집 읽고 창작품 합평회

책임교수 김윤배 시인이 맡아서 5년 째 자리매김

 

 

제도권 밖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져 20년 동안 지역문화예술분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바로 1996년 창립되어 지금까지 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용인문학회(회장 안영선).

 

용인문학회가 일반 지역문학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용인문학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일반 동호회와 달리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자리매김하게 된 단초가 된 셈이다. 놀라운 사실은 용인문학 아카데미에서 운영 중인 시창작반 수업이 제도권의 지원 없이 벌써 17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탐방 취재를 하던 지난 1일은 마침 시창작반 개강일이었다. 시창작반 책임교수인 김윤배 시인의 특강을 듣기 위해 30여명이 모였다. 대부분이 수강생들이고, 나머지는 용인문학회 회원들이다. 구 용인시청이었던 현 처인구청 뒤편 성문빌딩에 용인문학회 회관이 있다. 창립 초창기부터 이곳에 터를 잡은 용인문학회는 지하에 있기 때문에 한 여름엔 퀴퀴한 냄새가 난다. 그래도 요즘엔 제습기 덕분인지 배움의 열기 때문인지 지하실 특유의 냄새가 사라졌고, 오래 된 책 냄새만 가득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회관 규모가 무려 130가 된다는 것. 문학회 회원들은 한 결같이 고정된 공간이 있다는 게 큰 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요즘 같이 시와 문학이 침체된 시절에 누가 시를 쓴단 말인가. 일반 대학조차 문예창작과를 비롯해 인문학 분야 학문을 없애는 판에 서울도 아닌 위성 도시에서, 그것도 농촌에 가까운 처인구에서 시창작반이 8째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창작반은 등단과 비등단자는 물론 지역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있기에 수강생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10대 청소년부터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학생들, 그리고 일선 학교의 교사들을 비롯해 군인,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연령과 직업군도 각양각색이다. 물론 기수마다 수강생들의 변화가 있지만, 수료 후 재수강자도 늘고 있다.

 

시창작반은 16주 동안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정해진 시간에 한다. 그리고 매주 신간 시집 한 권씩을 읽고 토론한다. 아울러 한편 이상의 시를 제출해야 하고, 그 작품에 대한 평가와 토론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예창작 전공자인 기자 입장에서 볼 때도 학점만 없을 뿐 학업분위기는 일반 대학의 학부나 대학원보다 더 뜨겁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창작반 출신으로 유력문예지에 등단한 용인문학회 회장인 안영선 시인은 용인문학회가 올해로 20년을 맞이하면서 시창착반의 전통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정적으로 시창작 지도를 해주고 계신 김윤배 시인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시창작반이 활성화된 이유가 바로 김윤배 시인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기흥구에 거주하고 있는 김윤배 시인은 청주 출생으로 1986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한 후 2013시베리아의 침묵’(문학과지성사)에 이르기까지 11권의 시집을 냈고, 두 권의 산문집과 평론집, 그리고 동화집을 냈다.

 

 

책임교수로 시창작반 지도를 하고 있는 김윤배 시인은 매 학기마다 20여명의 수강생이 진지하고 열띤 토론으로 시창작의 고민을 풀어가며 열정적으로 창작활동을 펼쳐간다면서 이 과정을 통해 등단한 여려 명의 시인들이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이날 특강에서 시인의 언어는 환원불가, 번역불가의 언어여야 한다. 그러므로 실패한 시에서는 사물의 용도성이 보인다면서 신화가 사라진 시대의 삶은 낯설고 이질적이며 찰나적이고 물신적이고 즉물적이다. 시인은 이러한 일상 속에서 삶의 본질을 개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로 시와 시인을 정의한 셈이다. 이날의 특강만으로도 용인문학 아카데미 시창작반이 창작과 비평의 산실로 거듭날 수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정기적으로 유명 시인들을 초청해서 특강을 듣는다는 것이다. 지난 학기에는 신경림 시인과 송찬호 시인을 초청했다. 그동안 시창작반을 다녀간 시인들을 보면 공광규, 곽효환, 김명인, 김성대, 김이듬, 김지녀, 박지웅, 박주택, 박후기, 손택수, 이현승, 홍신선, 황동규, 황지우 등등. 이와 더불어 용인문학회에서는 고은, 안도현, 임헌영, 권영민, 정수자 시인 등 다양한 분야의 특강도 있었다. 용인문학회 회원은 물론 시창작반만 들어와도 웬만한 대학 문창과보다도 공부를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로 창립20주년을 맞은 용인문학회는 회비와 연회비, 그리고 자발적인 후원금과 특별회비 로 운영된다. 그리고 종합문예지인 용인문학지를 반연간지로 발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용인문학 신인상 공모전, 약천 남구만 문학제, 문학기행, 작가 초청강연 등 제도권 문학단체들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각종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용인문학회의 이 같은 저력을 바탕으로 용인문학아카데미 시창작반이 창작과 비평의 산실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김종경 기자 kjk@yongi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