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용인신문이 만난사람

유진홍(문화재수리기능사-표본·박제, 생태사진작가)

 

동물과 눈빛 교감... 사랑의 생태계 전도사

 

동물과 이야기를 통해 소통할 수는 없지만 눈을 보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우유 먹여 키우며 함께 지냈던 사슴은 지금은 애완사슴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낯선 모든 것에 민감하고 두려움 많은 사슴의 특성을 뒤로한 채 애교부리고 응석부리는 사슴이 됐습니다. 사랑으로, 정으로,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슴이 압니다. 서로 마음이 통했다는 것은 사슴에 붙어 있는 그 많은 파리를 파리채로 다 잡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버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파리채는 휘두르지만 가득 담겨있는 사랑하는 마음을 읽었나봅니다. 사슴 눈을 가만히 마주 들여다보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하여튼 사랑이 가득합니다. 이제는 방송광고에도 출연하는 등 아주 대담해졌습니다.”

 

처인구 남사면 봉명리에 위치한 유진홍(한국사진작가협회 오산지부장) 작가의 집 앞마당에는 사슴과 어우러져 토끼가 뛰놀고 있다. 자세히 보니 곳곳에 여러 종류의 파충류, 조류, 동물들이 보인다. 집안에는 수많은 나비표본과 함께 진기한 물고기, 곤충, 야생조류, 동물 등이 박제로 보관돼 있다.

 

부친께서 조류농원을 운영했지요. 이런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보니 동물들과 친숙해졌고 무서움, 징그러움으로 인한 학대보다는 그들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본능이 마음속에 싹텄나봅니다.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이 동물에 관심을 갖고 또 친해지다 보면 사랑이란 마음이 움트고 나라의 기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애니멀 스토리라는 이동 동물원도 운영하고 있는 유 작가의 말이다.

 

신나는 이동 동물원이라고 별명 붙은 애니멀 스토리는 다양한 종류의 곤충이나 동물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체험학습을 기반으로 했으며 곤충이나 나비, , 다람쥐 등 작은 동물 외에도 양이나 사슴, 돼지 등 덩치 큰 동물도 방문에 참여, 보육시설이나 학교에서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은 해로운지 이로운지 또는 이들의 생태는 어떤지 등을 알리는 곤충이나 동물 소개부터, 관찰하고, 만져보고, 먹이주고, 사진을 촬영하는 등 이들을 체험하게 된다.

 

 

 

 

15년여 전부터 나비를 비롯한 곤충을 수집하며 전국을 누볐고 외국산은 구입해서 보관하다보니 지금은 500여종의 표본을 간직하게 됐다. 얼마 전에는 용인시농업기술센터 표본전시장도 꾸몄다. 취득하고 있는 문화재 수리기능사(표본·박제) 자격을 이용해 수리할 부분은 수리하고, 간직한 표본으로는 수리할 수 없는 표본을 보충했다. 이후 용인시농업기술센터 표본전시장은 깔끔한 표본을 전시하게 됐다.

 

표본만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니 처음엔 신기해서 관심을 가졌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관심에서 멀어졌다생각 끝에 살아있고 움직이는 동물을 함께 체험하게 했고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저학년 등 아이들에게 동물과의 교감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원장이나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동물 체험수업을 행한다. 아이들을 위해 동물의 종류를 늘리다보니 이젠 파충류, 조류, 동물 등 40여종이 나비, 곤충 등과 함께 아이들을 반긴다. 체험활동 수준을 넘어 체험수업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다. 처음 생각했던 표본박물관 설립의 목표를 접고 애니멀 스토리 운영에 매진하게 됐다.

 

유 작가는 동물을 대할 때 처음엔 찌르고 때리던 아이들도 만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쓰다듬고 안아주게 됐다동물들은 말이 통하진 않지만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고 마음을 유하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시간이 정해지면 아이들은 다른 어떤 약속보다도 이들 만나는 것을 우선 시한다어떤 아이는 병원에 가야할 상황임에도 얘들을 만난 뒤 가겠다고 떼를 썼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방 한쪽에는 커다란 어항에 개당귀꽃과 어우러진 산호랑나비가 보인다.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 과정을 거치고 산호랑나비로 탄생하기까지 맑고, 비오고 등 날씨변화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략 45일 정도 걸린다. 맑은 날에는 조금 빨라지고 촉촉한 날이 계속되면 늦어진다. 산호랑나비는 산초와 미나리꽃도 좋아하지만 주로 개당귀꽃을 좋아한다. , 애벌레, 번데기가 개당귀꽃을 앙상한 가지만 남겨 놨다. 부화한 20여 마리 산호랑나비는 표본을 만들기 위해 냉동실에 보관했다. 알부터 개당귀꽃을 먹으며 나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야말로 귀한 산호랑나비의 생태현장이다.

 

황병나무는 호랑나비가 먹이 삼으며 알을 낳는다. 1년에 3회 번식한다. 용인시농업기술센터에 30여 그루 황병나무를 심고 호랑나비의 생태현장을 만들었다.

 

흔한 식물로 여겼으나 근래에 보기 어려워진 쥐방울덩굴은 꼬리명주나비가 먹이로 좋아한다. 자꾸 사라지다가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 마당에 쥐방울덩굴을 키우며 꼬리명주나비의 맥을 잇고 있다.

 

잠자리도 생태현장을 만들었다. 고인물이나 논에서 잠자리 애벌레를 떠와서 집의 어항으로 옮긴다. 알까지는 아니지만 애벌레가 성충이 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이런 현장을 보여주며 체험하게 한다. 먹이로 삼는 식물이 있는 곳에는 대상 곤충이 찾아온다. 식물이 여러 종류면 곤충도 여러 종류가 온다.

 

유진홍 작가는 아이들이 해충과 곤충을 식별하고 이들을 체험하며 찌르던 버릇이 쓰다듬는 버릇으로 바뀔 정도로 성품이 온화해지는 것은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동물이 은근과 끈기로 매개역할을 잘했기 때문이라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학교 등 울타리 안에 사육장을 만들고 아이들이 직접 키우도록 배려한다면 학대, 왕따란 말 대신 협동과 배려라는 말이 더욱 많이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작가는 여러 가지 곤충과 나비 등 표본을 가지고 전시회에도 참가한다. 20여년 내공이 담긴 사진도 조류를 비롯한 생태사진이다. 역시 전시회에 참여한다.

 

그는 자녀들에게도 말한다.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면 상대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갖게 된다고... 욕심을 부리면 사고의 시작이라고... 비우고 놔주는 법을 배우면 힘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