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옛 경찰대 부지 ‘기회의 땅’

경기도 . 용인시 . 수원시 '일석삼조' 제안

<용인신문 창간24주년 기념 특집>

 

용인의 미래를 품은 '황금지대'

 

경기도 신청사 오면 수도권 중핵도시로 우뚝
시민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도 용인은 ‘대박’

 

 

 

# 도청 유치 제안과 이용 방안 모색

 

입동이 지났지만 옛 경찰대학의 텅빈 캠퍼스에는 가을 만풍이 가득했다. 지난 15일 오전 용인시 인재육성재단(이사장 주상봉) 고문위원회 위원 30여명이 옛 경찰대 부지를 방문했다.

 

이날은 정찬민 용인시장이 방문객들을 직접 안내했다. 정 시장과 위원들은 부지 내에 있는 실내체육관, 본관, 강당, 강의동, 도서관, 학생회관, 대운동장을 꼼꼼하게 둘러보았다. 이들은 부지와 시설물을 둘러본 후 용인시가 제안한 경기도청 신청사 부지로는 최적지라고 입을 모았다.

 

이곳의 전체 대지면적은 81000, 일반건축 부지는 53000로 본관, 회관, 강당, 강의동, 도서관, 창고 등이 있다. 또 체육시설 부지 28000중 운동장 21000, 실내체육관 7000이다. 아울러 관람석이 1만석인 대운동장이 있다. 이곳엔 천연잔디 축구장과 400m트랙이 있다. 2층 규모의 실내체육관에서는 유도, 검도, 헬스 등은 물론 생활체육시설과 농구, 배구 등 구기 종목도 가능하다.

 

# “정찬민 시장 제안이 타당성 있어

 

용인시는 이 부지를 처음엔 시민문화공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난 달 11일 돌연 정찬민 시장이 <경기도청 신청사 유치 제안> 기자회견을 열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무엇보다 경기도는 이미 광교신도시에 신청사 부지를 마련, 6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설계중이라며 난색을 표명했다. 아직도 기존 광교부지에 2020년까지 신청사를 건립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수원시 역시 도청사가 용인시 쪽으로 이전할 경우 지역경제에도 막대한 손실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는 자칫 영통지구 행정구역 변경 안을 놓고 20여 년 전 용인시와 수원시가 벌였던 2의 영토분쟁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렇듯 경기도와 수원시는 처음부터 용인시 제안을 어림도 없는 소리라며 타당성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경기도청 신청사 부지로 수원시청이 이전하고, 경기도는 그 부지 매각 대금으로 수천억 원의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는 용인시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수원시 역시 현재의 시청사가 낡고 면적이 협소할 뿐만 아니라 숙원 사업인 수원광역시가 되면 경기도청은 불가피하게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어찌 보면 경기도-수원시-용인시’ 3자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신의 묘수를 정찬민 시장이 제안한 셈이다. 용인시가 무려 84000의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리모델링 비용 200억 원까지 지원한다는데 경기도가 거부하는 논리는 매우 빈약하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정말 미래를 내다볼 줄 안다면, 용인시의 제안에 대해 적극적인 타당성 검토와 여론을 수렴, 그 결과를 1300만 경기도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 정 시장, 경기지사와 수원시장에 3자 토론 제의

 

정치인들의 논리는 복잡하고 다양해서 용인시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 나름의 다양한 셈법이 있기 때문이다. 정찬민 시장은 지난 1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3자 토론회, 아니면 그 이상이 참석하는 ‘1300만 경기도민과 함께하는 공개토론회자리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는 등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용인시의 제안이 중앙정부를 비롯한 일부 정치인들로부터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는 반증이다. 용인시 뿐만 아니라 수원시민들까지 용인시의 제안에 여론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실제 경기도청이나 수원시가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옛 경찰대 부지는 토지 가격을 평당 500만원만 잡아도 1200억 원이 넘는다. 용인시의 주장대로라면 경기도청 신청사가 옛 경찰대 부지로 온다면 최소 3300억 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미래의 무형 자산 가치로 환산한다면 수십~수백 배의 이득을 볼수도 있다. 무엇보다 옛 경찰대 부지는 기존 광교부지보다 훨씬 넓은 면적과 교통의 요충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바로 인접해 있는 영동고속도로에 스마트 IC 를 설치하면 진출입이 용이하고, 수원신갈IC도 매우 가깝고, 무엇보다 GTX가 경유하는 등 교통망이 사통팔달이다. 아울러 내부 시설물들도 내벽을 대리석으로 치장한 건축물이 많다. 게다가 50년 전후의 수령을 자랑하는 수목들이 부지 내에 그대로 남아있다. 이 같은 자산 가치는 아예 따지지도 않았다. 뒷산이 바로 법을 다스리는 이름의 법화산(法華山)’이니 풍수지리를 보더라도 예사롭지 않다.

 

공교롭게도 이 부지는 법화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경찰대학과 법무연수원이 나란히 자리를 잡았었다. 용인시 인재육성재단 주상봉 이사장은 경찰 공무원이었던 시절, 1979년도에 이 부지를 본인이 추천하면서 경찰 상부에 가서 직접 브리핑을 했었다고 기억했다.

 

반면, 경기도청 신청사 광교부지는 이미 사방이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그곳에 경기도청사와 경기도의회, 경기도 교육청 등이 다 들어선다고 가정해보자. 전문가가 아닌 삼척동자에게 물어봐도 용인시 제안에 박수를 칠 것이라는 게 용인시 입장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경기도와 수원시는 다시 한 번 냉정한 판단을 해달라는 게 용인시와 시민들의 요구인 것이다.

 

# 용인시, 이래도 저래도 행복한 고민

 

방문단이 현장을 찾았을 때는 기존 실내체육관을 일부 수리 중이었다지난 19일 이곳에서는 배드민턴 대회가 열렸다. 시민들의 여가 활동을 위한 행사도 잇따라 잡혀 있었다. 일부 시설물 안에서는 영화촬영 장소 섭외 요청이 들어와서 세트장 설치준비가 한창이었다. 경찰대학 시설물들을 둘러보면서 방문단이 깜짝 놀랐던 것은 마치 잠시 자리를 잠시 비운 것처럼 본관이나 강의동에는 학생들의 활동 모습이 남긴 액자를 비롯해 다양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교수연구실의 이름표도 아직까지 출입문에 걸려있었다. 또한 건물마다 각종 크고 작은 강당과 세미나실, 강의실 등은 외관상으로만 본다면 청소 만해도 곧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보였다.

 

만약, 경기도청 신청사를 이곳에 유치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용방안은 얼마든지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다. 용인시는 이래도 저래도 행복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 입장에서는 엄청난 예산 투자 없이 수천억대의 부지와 시설물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 용인시민 서명 및 유치 추진위 출범

 

지역사회의 변화도 만만치 않다. 정찬민 시장이 경기도청 신청사 유치를 제안한 후 용인지역 내 곳곳에는 신청사 유치를 염원하는 플래카드가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8일엔 <경기도 신청사 유치 용인시민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용인시 이통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새마을지도자 및 부녀회, 체육회, 용인예총, 자율방범대, 상이군경회 등 지역 내 주요 직능 단체장들이 앞장서서 추진위 출범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청 신청사를 염원하는 범시민 홍보와 서명운동도 대대적으로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용인시의 올해 인구는 외국인 포함 100만 명을 넘었다. 대도시나 다름없다. 그래서 정 시장의 제안은 매우 의미 있고, 뜻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정 시장에게는 정치적 시험대이기도 하다. 앞으로 범 시민운동이 어떻게 전개될지, 또 이를 본 경기도와 수원시, 그리고 중앙정부와 정치인들에 이르기까지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되는 이유다.

 

</사진: 김종경 기자 kjk@yongi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