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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제

김영란법 시행 2달. . . 화훼농가 직격탄

처인 남사면 화훼유통단지 선물용 화분 . 분재 . 난 주문절벽
생산농가 . 유통단지 . 운송업체 도미노매출급감... 존폐위기
화훼농가 메카 '벼랑 끝'. . . 지자체 지원에도 위기타계 한계

 

지난 9월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부정청탁 등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이 법은 사회 다방면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이해관계자와의 식사자리,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에 대해 ‘일단은 조심하고 보자’는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산업은 경기침체와 더불어 법에 의한 매출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용인 지역에서는 남사면을 중심으로 한 화훼농가들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이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며 농가들의 한숨 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농가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지자체도 나섰지만 근본적 대책이 아닌 일시적 지원이라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처인구 남사면에 위치한 한 화훼유통단지에는 트럭에 화분을 싣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소규모 난부터 중대형 나무까지 인부들은 전국에 배송될 화분을 트럭에 옮겨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작업은 약 20분만에 끝났다. 더 이상 배송될 물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창고 내 화분과 나무들은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내보낼 수 있는 물건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이 유통단지 관계자는 화훼농가와 산업이 점차 어려움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 화훼유통단지의 9월 이후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약 30%가량 급감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생산농가다.

 

기술의 발전과 수입의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매출의 부진으로 대출이자조차 부담하기 힘든 형편에 봉착한 것.

 

생산농가 뿐만 아니라 유통단지, 그리고 운송업체들도 연쇄적인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화훼 유통단지 관계자는 “국가는 농민이 배부르고 게을러지면 빈 땅이 많아진다고 판단해 이런 시련을 주는 것 같다”며 “화훼라는 것은 먹고사는데 꼭 필요한 상품이 아니라 외부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 실제 매출감소는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별다른 대책이 없어 이자납일기일만 다가오면 가슴이 막혀오는 느낌”이라며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포기할 수 없어 상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려움은 소매상으로도 연결됐다. 결혼식이 한창인 9월과 10월에는 주문이 밀려들어와야 하지만 올해는 주문전화가 끊겨버렸다는 것이 상인들의 목소리다.

 

처인구 삼가동에 위치한 한 꽃집은 화분과 분재들이 가득했다. 이들 모두 주문을 받지 못한 상태로 놓여져 있는 상품들이다.

 

이 상점의 사장 A씨는 9월 이후 5만원 이상의 난과 분재는 거의 나가지 않고 유지비만 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가정용 화분의 경우 예년과 매출이 크게 차이가 없지만, 5만원 이상의 난과 분재는 주문이 끊겨버렸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판매되는 가정용 화분의 경우 대부분의 가격이 1~2만원대로 저렴하다. 즉 판매를 위해 투입되는 노동력에 비해 영업이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사람의 혈관이 한두군데만 막혀도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법의 취지는 좋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화훼 뿐만 아니라 소규모 상점들은 매출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매출성장을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해도 활로가 열리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성토했다.

 

 

지난 1990년대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일대에서는 화훼농가들이 하나 둘 모여들며 외형적으로 확장을 이뤄냈다.

그 결과 현재 용인시의 화훼농가는 270호의 농가가 꽃과 나무, 그리고 난 등을 재배 중이다.

 

규모의 확대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용인시에 따르면 경기도 전체 화훼농가수는 약 2516호, 전국 화훼농가 수는 8328호다. 이 중 용인시에는 각각 10.7%, 3.2% 수준의 농가가 활동 중이라는 것이다.

 

매출액도 252억8100만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용인지역 내 대표산업으로 손꼽히는 것도 각 농가들의 노력에 의한 산물이다.

 

지자체 역시 화훼농가를 위해 시설의 현대화와 난방지원, 소비촉진을 위한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타개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직접적인 매출급감을 보인 화훼농가를 위해 시청내 로비와 통로에 꽃길을 조성하고 다양한 판매행사 등을 지원할 것”이라며 “지난 18일 용인시장이 직접 농민들을 만나 간담회를 진행하고 난방지원과 화훼용 상토, 시설현대화 사업도 약속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