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연재를 시작하며

 

 

연재를 시작하며

 

2007년 박사 연구주제를 동아시아 근대만화사로 잡은 이유는 만화사 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일본과 중국을 다니며 그곳 사람들과 교유하며 흥미로운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념이나 생활습관은 틀리지만 언어가 유사하고 전통문화를 공유하는 가깝고 다른이웃문화. 그 골목골목을 뚜벅이처럼 걸으며 느꼈던 단상을 연재하고자 한다. 부디 이곳에서의 여정 또한 즐거웁기를....

 

 

동아시아를 걷다

(1) 하루는 교토의 정원에 투자하세요~

윤기헌(용인신문 화백)

 

한국인이 많이 찾는 일본 서부 간사이(関西)지역 여행은 보통 오사카-교토-나라-고베를 묶어서 간다. 하지만 고도(古都) 교토를 제대로 보려면 34일도 짧다. 그래서, 대개의 교토여행의 필수코스 금각사(金閣寺), 은각사(銀閣寺), 청수사(清水寺) 말고 고즈넉하고 신비로운 교토의 절과 정원을 들러 사유하는 여행을 감히 추천해 본다. 간사이 여행 일정 중에 하루 정도는 짬을 내어 천천히 조용하게 걸어가며 느껴 보는 그런 코스이다.

 

아라시야마에서 그냥 앉아만 있기

 

사실 필자도 교토에 살아도 봤지만 일본의 절과 신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마도 선입견 탓이었을 것이다. 그런 거 잊고 일단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결론은 이런 여행일수록 너무 욕심 부리지 말자는 것이다. 일단 텐류지, 료안지 정원을 기본으로 코스를 짜면 일단 교토역에 내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역에 들어서면 일단 규모에 놀랄 것이다. 거의 작은 공항 급이다. 이곳은 이른바 일본인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제일 먼저 아라시야마(嵐山) 텐류지를 가는 열차를 탄다. 시내로 돌아가는 전철 말고 역에서 바로 JR 열차를 타면 15분 만에 아라시야마역에 도착한다. 내리자마자 속이 뻥 뚫릴 큰 하천이 반겨준다. 물살도 빠르고 나무로 만든 오래된 다리도 장관이다.

 

텐류지(천룡사 天龍寺)는 불교 임제종의 대본산으로 1339년 세워진 고찰이다. 이 절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조원지 정원(曹源池庭園)이다. 흔히 일본의 인공적인 정원이 풍경을 빌린다고 하는데, 풍광 좋은 이곳 가메산과 아라시야마의 경치가 더해져 정원에 품격을 더해준다.

 

 

입장권을 내고 절 안쪽으로 들어가면 확 트인 정원이 시야를 압도한다. 그리고 좌우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계단에 걸터앉아 정원을 감상하고 있다. 앉아서 조용하게 관조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정원의 바위와 나무와 물을 바라보다 보면 절로 마음이 차분해 진다. 가을 단풍이 좋다고는 하지만 눈 많이 오는 교토의 한겨울도 꽃피는 춘삼월도 나름의 경치가 볼만하다. 30여분 정도 감상하다 오른쪽으로 복도를 따라 가면 이끼와 작은 인공개울과 초당이 그윽한 이곳만의 풍류를 더해준다.

 

그리고 텐류지를 나와 대나무 숲 길 치쿠린(竹林)으로 간다. 좁은 흙길에 길게 뻗은 대나무 숲이 사진 찍기도 좋고 절로 기분을 좋게 한다. 그리고 그길 끝에 오코치산소(大河内山荘)가 있다. 텐류지 정원이 고대의 정원이라면 이곳은 근현대 장인들이 만든 일본 정원의 결정체이다. 유명 영화배우(大河内伝次郎,18981962)가 개인적으로 큰돈을 들여 오랫동안 조성한 곳이다. 천하절경 아라시야마의 산과 숲이 정원을 둘러싸고 검박하게 지어 놓은 차 마시는 공간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렇게 한 바퀴 돌고 나면 출출해 질 것이다. 텐류지 입구 유홍준 씨가 추천해서 유명해진 단팥죽 집은 문정성시지만 그보다 다리 건너편에 위치한 두부 집들을 추천한다. 교토의 두부요리는 유명해서 다소 비싸지만(3,000) 정갈하면서도 재료 특유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간단하게 한 끼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의 삼각 김밥과 캔 커피의 콜라보도 개인적으로는 훌륭하다고 본다.

 

일본 정원의 정수, 료안지

 

이제 일본의 정원하면 가장 대표적 이미지로 각인된 석정(石庭)이 있는 료안지(용안사 龍安寺)로 간다. 위치는 리츠메이칸대학 바로 한 정거장 정도라고 기억하면 쉽다. 입구부터 늘어선 오솔길을 따라 가면 절의 안으로 들어간다. 곧 정갈하게 쌓은 낮은 담 앞에 바위와 모래로 만든 세상이 숨 막히게 펼쳐진다. 누구나 각자 어떻게 보고 느끼느냐에 따라 정원이 달리 보인다고 한다. 명상을 하듯 전 세계 사람들이 마룻바닥에 앉아 음미하는 풍경도 하나의 구경거리이다. 정원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출구로 나오면 쿄요우치(鏡容池)라는 호수와 둘레길이 고요하고 멋진 오솔길의 묘미를 선사해 줄 것이다.

 

사진 출처: 료안지 홈페이지 갈무리

 

어차피 텐류지, 료안지에 대한 설명은 교토에 가면 수없이 가이드북에 나올 터이고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교토의 명소>편을 들고 가면 충분히 격조있는 해설서 역할을 해준다. 시간이 남는다면 닌나지(인화사 仁和寺), 다이가쿠지(대각사 大覚寺)도 들르면 좋고 온 김에 시내 한 바퀴도 순회할 겸 교토를 관통하는 가모가와(鴨川) 강도 추천한다. 맑은 물을 따라 걷다보면 마음마저 시원해진다. 저녁은 카레나 우동같은 간단한 요리도 맛있으니 블로그를 검색해 찾아가면 좋고 시간나면 전통시장도 권한다. 교토 전통요리(京料理)가 워낙 유명한데 비싸기도 하고 아직 필자도 먹어보지는 못했다.

 

여행 팁

 

교토 역에서 아라시야마로 가려면 JR열차가 가장 빠르다. 사가노선(嵯峨野線)을 타고 사가노아라시야마역(嵯峨嵐山駅)까지 15분이면 된다. 료안지는 케이후쿠기타노선(京福電鉄北野線)을 타고 료안지역에 내려 걸어가거나 리츠메이칸 방향 버스를 타면 편리하다. 일본 절의 개관은 보통 연중무휴이며 시간은 보통 9~17시로 보면 된다. 요금은 500엔 선이며 오코치산소는 1,000엔인데 차와 과자를 준다. 오코치산소와 죽림은 오후 늦게 가면 그늘이 많이 지고 어두워져 풍경 즐기기가 쉽지 않아 오전이나 낮 시간대를 추천한다.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