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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정치성은 배제해야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정치성은 배제해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건립하기 시작한 평화의 소녀상(Statue of Peace)’이 용인시에도 세워질 전망이다. 앞서 용인 태성고등학교에서 전국의 고등학교 1호로 작은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으니 엄밀히 말해서 첫 번째는 아니지만 의미가 크다 하겠다.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집회 1000회째를 기념해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웠다. 그날은 1992년 수요 집회가 시작된지 20년 뒤인 20111214일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서 추진했다.

 

당초 정대협은 묘비나 비석과 같은 형태를 구상했다. 하지만 당시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비석 대신 소녀 모습을 한 예술작품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법적인 문제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소녀상은 높이 130cm에 치마저고리를 입고, 짧은 단발머리와 손을 움켜진 소녀가 의자에 앉아 일본 대사관을 응시하는 모습이다. 소녀상 옆에는 작은 의자가 있어 소녀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되새기는 체험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2013년에는 미국 뉴저지주 해켄색에 있는 카운티 법원 앞 메모리얼 아일랜드에 기림비가 세워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희생된 위안부를 추모하기 위해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정부가 세웠다. 미국 한인사회에서 주도한 기존 기림비와는 달리 미국 지방정부가 만들었기에 의미가 특별하다. 기림비 동판엔 “2차 대전 당시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성노예’(sexual slavery)로 강요당한 한국과 중국, 대만, 필리핀,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출신의 수십만 여성과 소녀들을 추모하며라는 글이 새겨졌다.

 

이밖에도 이화여자고등학교 역사동아리 주먹도끼가 우리나라 고등학교 학생회에 호소해서 정동의 프란치스코 회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바 있다. 이후 500명이 1000원씩만 모으면 세울 수 있는 50만원 상당의 작은 평화의 소녀상100곳의 고등학교에 세우는 ‘100개의 고등학교에 100개의 작은 소녀상 건립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 결과, 2016623일 용인시 태성고등학교에 1호 소녀상이 건립됐다. 같은 해 1223일 기준으로 33곳의 고등학교에 작은 평화의 소녀상을 세워졌다고 한다. 이와는 별개로 지난해 말 기준 위안부 피해자 기념물은 서울 등 국내 45, 해외 11곳으로 총 56곳에 설치됐다.

 

그런데 문제는 전 국민이 알다시피 20151228일 한국과 일본 정부가 갑작스럽게 위안부 협상안 카드를 꺼냈다. 일본은 돈을 주는 대신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이면합의 의혹을 받던 정부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졌고, 소녀상에 대한 관심은 또 다시 뜨거워졌다. 20161228일엔 부산 동구청이 불법시설물이라며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을 강제 철거했지만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1230일 의사를 번복, 설치를 허용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강한 유감 표명으로 항의하며 철거를 요청했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을 놓고 불거졌던 한·일 갈등은 독도 분쟁으로까지 번졌다. 경기도의회 내 독도사랑모임 소속 의원들이 독도에 소녀상을 설치하기로 하고, 2017116일 성금 모금에 들어가면서 일본 정부가 더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용인시와 시민단체 등에서 잇따라 평화의 소녀상 건립 의지를 밝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누가 먼저 계획을 세웠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상징적인 공간에 많은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추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대신 정치인이든 시민단체든 소녀상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