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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1004음악당' 명칭만 슬쩍 '태교음악당'

임신부 배려 없는 태교음악당 ‘구설’

 

딱딱한 의자 . 땡볕 속수무책 '임신부 고문석'

주먹구구식 행정. . . 태교도시 부실화 자초

공직사회 "여성특별시 . 엄마특별시 복사판"


태교도시를 정책 지향점으로 삼고 각종 태교정책을 추진 중인 용인시에 태교음악당이 들어섰다. ‘태교음악당’이라는 명칭으로는 사실상 전국 1호다.


하지만 전국 최초의 태교음악당이 개관 초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개관기념식과 축하공연을 찾은 임신부들은 물론, 시의회와 공직사회 내부에서 조차 ‘명칭만 태교음악당’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태교음악당’에 반드시 갖춰져야 할 임신부들을 위한 배려나 안전 시설물 등이 없기 때문이다. 시의회 측은 민선 6기 식 즉흥행정이라는 비난이다.


시에 따르면 태교음악당은 지난해 5월 경기도로부터 5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전액 도 예산으로 건립됐다.


정찬민 시장의 시 청사 개방정책에 따라 청사 내 시설물들은 개선하는 과정에서 행정타운 청소년 수련관 옆 유휴지로 있던 공간을 시민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당초 시 측은 경기도에 ‘용인시민 야외음악당 건립사업’으로 도 시책추진보전금을 요청했다.


시는 도 보조금 지급이 결정되자 시 측은 곧바로 설계용역에 착수했다. 이 때 명칭은 ‘용인 1004음악당’으로 변경됐다. 지난 2015년부터 시에서 추진 한 개미1004운동이 지역 내에서 호응을 얻자, 정 시장의 지시로 관람석 수를 1004석으로 설계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착공 시점이 돼서 명칭은 또다시 ‘태교음악당’으로 변경됐다. 1004음악당으로 설계 된 조감도 모습이 마치 임신부를 연상케 한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에서다.


시의회와 공직 내부에서 조차 논란이 이어졌지만, 시 집행부는 ‘태교음악당’ 명칭을 고수, 지난 11일 개관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임신부 A씨(38·처인구)는 황당함을 토로했다. 나무의자 형태의 딱딱한 좌석은 물론, 그늘막 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B씨(44·여·처인구)는 아이의 유모차를 공연장으로 내리지 못해 주변인들로부터 도움을 받고서야 공연장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시청 진입로에서 계단형태로 내려가야 하는 구조로 인해 유모차를 내릴 수 없는 상태다.


또 공연장 내 좌석 연결통로가 급경사로 돼 있어 유모차 등의 이동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B씨는 “둘 째 셋째 아이를 임신 중인 부모는 공연장을 어떻게 오라는 것이냐”며 “더욱이 임신부 용 관람석을 딱딱한 나무로 만들었다는 것은 ‘태교음악당’에 ‘임신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사회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이다. 이날 현장을 처음 둘러본 공직자 김 아무개(37)씨는 “이곳에서 아무리 좋은 태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해도, 딱딱한 의자와 땡볕이 내리쬐는 태교음악당에 임신한 부인을 데려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직자 김 아무개씨(43)는 “조만간 음악당 명칭이 다시 바뀌지 않겠느냐”며 “태교도시나 엄마특별시, 여성특별시 모두 태교음악당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말 뿐인 정책이라는 비난이다.


시의회 측은 ‘시민을 위해 칭찬받을 일을 하고도 왜 사서 비난을 받느냐’는 목소리다. 유진선 의원은 “도 예산을 받은 후 시의회 협의과정 등이 없이 추진돼 논란은 있었지만, 시민들을 위해 문화공간을 조성한 것은 현 집행부가 잘 한 일”이라며 “그러나 굳이 무리한 명칭 사용으로 비난을 자초하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시 집행부 관계자는 “당초 설계 과정에서부터 ‘태교’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임신부 등에 대한 배려가 없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시설물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