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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04

최은진의 BOOK소리 104

목욕 후 즐기는 밝은 술, ‘낮술이 주는 행복!

낮의 목욕탕과 술

저자 : 구스미 마사유키 / 출판사 : 지식여행 / 정가 : 13,000

      

 

 

고독한 미식가의 구스미 마사유키가 여유를 즐기는 독특한 방법이 고스란히 담긴 책. 한적하고 구석진 곳에 있는 정갈한 식당을 찾아서 자신만의 기준과 속도로 소박한 밥먹는 걸 즐기는 중년의 아저씨 구스미 마사유키. 이번에 다소 게으르고 할 일 없는 사람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자신만의 방법을 선보인다.


낮술과 목욕탕의 조합이 이토록 멋질 줄이야! 햇빛이 쨍쨍한 대낮에 마시는 술맛은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일 터. 하지만 애주가가 아니라도 이 책을 읽다보면 궁금해진다. 밝은 곳에서 멋진 안주와 곁들여 먹는 낮술의 맛과 인적 드문 한가한 목욕탕의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궜을 때의 기분은 어떨지. 궁금해지다 못해 꼭 한번은 따라해 보고 싶어진다.


열 가지의 에피소드는 한 마디로, 일본(도쿄를 중심으로) 구석구석에 위치한 목욕탕 기행문이라 할 수 있겠다. 역사가 있는 목욕탕에서 한낮에 뜨거운 물로 땀을 쭉 뺀 후 마시는 술맛에 대한 찬사가 이어진다. 말이 많아지는 밤술에 비해 밝은 술낮술은 하루를 처음으로 되돌려 놓은 듯하고 오늘을 다시 살아가는 듯한 기분을 준단다. 오래된 술집, 술집 안 풍경들이 과거에 대한 묘한 향수가 느껴지게 한다.


특유의 재치있고 맛깔나는 문장은 감칠맛나는 음식을 닮았고, 그의 생활방식은 따뜻한 욕조에 몸을 뉘였을 때의 나른함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음식과 술 그리고 목욕,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모아보니 정말 행복한 삶이 되어버렸다. 행복은 이렇게 가깝운 곳에서 쉽게 얻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참 고마운 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당장 실천하기 힘든 분들은 주의하시라! 책을 읽는 내내 뜨거운 햇빛 아래 마시는 시원한 맥주와 온몸을 녹여줄 것 같은 뜨거운 온탕이 생각나 괴로워질 수도 있다! 어릴 적 일주일에 한번씩 대중목욕탕을 다녀 본 사람들은 그 간절함이 배가될 것이다. 책을 펼치기 전에 명심할 것은 반드시 맥주 한 잔 준비하시기를! 마셔도 오늘이 남아있다는 여유로움을 주는 낮술을 즐긴 후 막 문을 연 목욕탕에서 몸을 쭉 뻗으면, 그 순간만큼은 천국이 따로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