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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절벽을 건너가는 새

밤의 절벽을 건너가는 새
            


  ‘별이 빛나는 밤에‘는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입니다. 그 방송을 들으며 별이 빛나는 밤을 꿈꾸며 우리는 밤을 건너 왔지요, 밤은 별이 있어서 아름답고, 별은 밤이 있어서 살만하지요. 밤과 별이라는 서로 극단적으로 대립 된 이미지를 모아놓으니, 낭만적이지 않은가요?

 

여기, 절실한 노을빛을 따라 날아가는 새가 있어요.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현실의 좌절을 떨치며 날아오르고 싶은 자아 의지의 치환물이겠지요. 사람이 품었던 비애의 윤곽이 선명해지는 지상의 새, 복잡한 그늘의 퍼즐을 맞추듯이 아픈 방향으로 날아갑니다.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천상병,「새」부분) 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가난한 삶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면서 사랑의 하늘을 날아가는 시인의 하늘이 보입니다. 무너져 내리는 몸으로 허공을 거슬러 영혼의 집을 찾아가는 생각들이 일몰을 이루고 있습니다. 수천의 꽃송이들이 꽃의 방법으로 흔들리던 것을 기억하고 싶다는 듯이 어느새 어두운 내 안으로 와 웅크린 채… 밤이 있어서 별이 있고, 절벽이 있어서 새가 있는 건 아닐는지요?


 고흐만큼 삶의 쓰라린 기억을 그림으로 강렬하게 투영시킨 예술가가 있을까요. 자신의 모든 고뇌와 열망을 예술화함으로써 정신적인 구원을 이루어낸 화가가 바로 반 고흐일 것입니다. 그림으로서밖에는 그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던 진정한 예술가 고흐의 그림은 인간 근원의 슬픔을 보여줌으로써, 그 슬픔을 역설적으로 무화시켜 줍니다. 불안정한 정신 상태에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보리밭과 삼목나무를 그리던 화가. 삶에 대해 느끼는 고뇌를 넓고 두껍게 물결치는 터치로 표현합니다. 별들이 하늘에 흩어져 있는 《별이 빛나는 밤》을 봅니다. 소용돌이치는 강렬한 에너지를 구성하는 야경에서는 야릇하고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화가 자신의 번민과 절망스러운 감정의 굴곡이 빛의 철사를 휘어 놓은 듯한 굵은 선들로 강조되고 있지요. 밤하늘은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을 머금은 달과 별을 억세게 끌어안고 있습니다. 거대한 사이프러스나무가 깊은 시간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분주한 낮의 시간을 지나 우리는 밤에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우주를 이루는 존재라는 듯이. 우리는 스스로 낭떠러지를 만들어 놓았고, 누군가는 하늘에 별을 뿌려 놓을 겁니다. 오늘 밤 어둠이 오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낮보다 더 환한 별이 뜰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