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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17년의 산통. . . 알토란 같은 현대시조

이은봉 시인 첫 시조집 '분청사기 파편들에 대한 단상'



음률반복. . . 읽다보면 노래하는 기분


현대인들은 요즘 새로운 시조에 익숙지 않다. 시대적 거리감도 있지만 교과서에 실린 정형화된 틀 속 시조만 보아오다가 변주를 가하는 현대시조가 낯설기 때문이다.


이은봉 시인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시조집 분청사기 파편들에 대한 단상’(책만드는집 간)을 펴냈다.


“2000년 가을 느닷없이 회오리 바람이 불어 시조를 쓰기 시작했으니 17년 만인 셈이다. 생전에 다시 또 시조집을 간행할 수 있을까. 별로 자신이 없다. 가능하다면 순수한 단시조집이 아닐까. 시조가 써지면 두려워하지 않고 써볼 생각이기는 하다.”


시인은 시조를 쓸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시인들이 없었다면 시조를 쓸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하면서 또다시 시조집을 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자신이 없지만 써진다면 두려워하지 않고 써볼 생각이라고 했다. 독자 못지않게 유능한 시인조차도 현대에 시조를 쓰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평론가며 시인인 이 시인은 한때 시조를 낡은 언어예술 형식, 사대부적 가치를 반영하는 언어예술이라고 생각했으나 오늘날 깨어 있는 시민계급과 정서적으로 유사한 특징을 공유한다고 밝히고 있다. 언어예술에 대한 깊은 의지를 지닐 수 있는 사람은 어차피 그 사회의 특별한 개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현대에 맞게 새롭게 창작한 시조를 선보인다.


시조의 전통적인 리듬형식, 리듬체계를 있는 그대로 창작에 구현하는 시인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3612음보라는 기본 형식을 기꺼이 수용하면서도 즐겁게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주목을 받지요.”


음률이 반복되는 게 읽다보면 재미있다. 마치 노래하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 시대를 넘나드는 시조라는 형식에서 옛 선비들의 음률감을 엿보게 되는 기분.


이 시인은 장을 지니고 있으면서 장을 초월하는 행, , 음보, 음절을 단위로 다양하게 행을 나누어 읽는 맛과 보는 맛을 배가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낯설게 만들기 위한 노력은 마땅히 읽고 보는 즐거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행을 낯설게 분할하는 가운데 가락을 밀고, 당기고, 끊고, 맺고, 꺾고, 젖히는 것은 시조를 창작하는 또 다른 기쁨중의 하나다라고 말한다.


무등산 자락 여기저기/ 분청사기 파편들,// 깨어지고 부서져/ 조각난 세월들,// 미어져 터져버린 가슴, 너무도 많구나.// 가마터 주변마다 버려져 있는 목숨들,// 땅속에 묻힌 지/ 수백 년이 지났어도// 저처럼 되살아나서 내일을 꿈꾸다니!// 꿈이야 뭇 생명들의 본마음 아니던가.// 버려진 꿈 긁어모아/ 이곳에 쌓고 보니// 무등산 골짜기마다/ 동백으로 피는 봄볕.”(‘분청사기 파편들에 대한 단상전문)


광주대학교 교수로 있는 이은봉 시인은 1983년 삶의 문학을 통해 평론가로, 1984년 창작과비평 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좋은 세상6편을 발표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좋은 세상’ ‘봄 여름 가을 겨울’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등이 있고, 평론집으로 실사구시의 시학’ ‘진실의 시학’ ‘시와 생태적 상상력등이 있다. ‘열린시조’ 2001년 봄호에 처음 시조 5편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한성기무낙상, 유심작품상, 가톨릭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송수권문학상, 시와시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