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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 작은 사슴

물의 안쪽으로 파고드는 절망의 노래


물의 안쪽으로 파고드는 절망의 노래

 

  

바람이 잘게 찢어지는 들판에 홀로 서 있는 시간입니다. 마음이 강가에 도착 했습니다. 저무는 가을 강 앞에 오래도록 서 있는 이유는, 공중에 무수히 생겨나는 삶의 바닥을 들여다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밤마다/ 내 가슴에 품겨서, “아프다, 아프다고 발버둥치는/ 가엾은 새 한 마리.// 나는 자장가를 부르며/ 잠재우려 하지만,/ 그저 아프다, 아프다/ 울기만 합니다.// 어느덧 자장가도/ 눈물에 떨고요.”(이장희,새 한마리전문)입니다. 울고 있는 새를 잠재우려는 불가능한 노력에 대한 자신의 성찰이 아프게 그려졌네요. 쓸쓸하고 애달픈 심상을 함부로 토로하지 않았는데도, 눈물겹게 자장가가 이 세계를 울려요. 우리가 날린 자장가가 새의 영혼에 닿는 고독한 기다림의 시간이 흘러갑니다. 아침이 올 때 까지 자신을 돌아다보는 일을 멈추지 않는 꿈의 자세로. 자장가가 새를 지나 아픔을 만지는 자세로.


프리다 칼로는 육신의 고통을 강한 의지로 극복하여 그림으로 승화시킨 작가지요. 그녀의 그림에는 피가 뚝뚝 흘러내리는 고통스러운 작품이 많습니다. 그림 대부분은 그녀의 통증에 대한 자화상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프리다는 무수하고 무참히 상처를 받은 자신의 모습을 많은 그림 속에 남깁니다. 통증과 평생 싸우며 살았던 화가의 모습이 화폭을 뚫고 튀어 나옵니다. 프리다는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였습니다. 역경에 맞서는 자신을 보여 주려는 피나는 몸부림이 캔버스에 가득 찹니다.작은 사슴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극적이면서도 강렬한 생명력으로 형상화 합니다. 화살이 여러 개 꽂혀 피가 흐르고 있음에도 꿋꿋하게 살아 있는 사슴이 눈빛이 너무나 강렬해서, 그는 이제 가벼운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사슴의 형형한 눈빛이 그녀의 유서처럼 깊고 아름답습니다. 영육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리다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저녁입니다. 우리는 핏빛이 가득한 숲 속에서 잠시 길을 잃겠지요. 그것은 산산이 흩어지는 시간처럼 가슴에서 오래 소비됩니다. 나는 꿋꿋하게 살아있는 작은 사슴에게 불멸의 자장가를 불러 줍니다. “아프다. 아프다.” 말하는 그에게 자장가도 떨립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가까운 사람에게 화살을 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부터 활을 거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