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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공광규 시인 ‘파주에게’

신냉전의 한반도. . . 전쟁불안 우리들 자화상



최근의 한반도 정세를 풍자하는 시집이 나왔다. 1986년 월간 동서문학으로 등단해 윤동주상문학대상과 현대불교문학상 등을 수상한 위안과 치유, 저항과 창조의 시인 공광규씨가 펴낸 시집 파주에게’(실천문학사).


시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와 남한의 사드배치로 복잡해진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속에서 주변국 눈치를 보며 전쟁불안에 떠는 남북사람 모두를 파주 부근 휴전선 철책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철새들의 입을 빌려 한반도에 사는 바보 정말 바보들이라고 풍자하고 있다.


시인은 더 이상 바보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분단 상황에 관심을 더 갖고 주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달라는 서정적 주문을 하고 있다.


파주, 너를 생각하니까 /임진강변 군대 간 아들 면회하고 오던 길이 생각나는군 /논바닥에서 모이를 줍던 철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나를 비웃듯 철책선을 훌쩍 넘어가 버리던 /그러더니 나를 놀리듯 철책선을 훌쩍 넘어오던 새떼들이// 새떼들은 파주에서 일산도 와보고 개성도 가보겠지 /거기만 가겠어 /전라도 경상도를 거쳐 일본과 지나반도까지 가겠지 /거기만 가겠어 /황해도 평안도를 거쳐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도 가겠지 //그러면서 비웃겠지 놀리겠지 /저 한심한 바보들 /자기 국토에 수십 년 가시 철책을 두르고 있는 바보들 /얼마나 아픈지 /자기 허리에 가시 철책을 두르고 있어 보라지 //이러면서 새떼들은 세계만방에 소문 내겠지 /한반도에는 바보 정말 바보들이 모여 산다고 //파주, 너를 생각하니까 /철책선 주변 들판에 철새들이 유난히 많은 이유를 알겠군 /자유를 보여주려는 단군할아버지의 기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군” (‘파주에게전문)


시인의 시는 아무리 어려운 내용도 쉽게 잘 읽힌다. 마치 그가 보고 듣고 여행하는 세상사 모든 경험 속에는 이미 자연이 지어놓은 시가 들어있어서 시만 쏙 꺼내놓는 것 같이 자연스럽다. ‘파주에게서 조차도.


그러나 공광규 시인은 시를 그냥 쓱 꺼내어 놓는 것이 아니다. 그의 마음은 그 언저리에 오랫동안 머문다. 심지어 수 십년 세월을 다녀오기도 한다. 이리저리 오고가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곰삭은 시를 꺼내 놓는 것이다.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로지르는데/ 멀리서 반짝거리는 것이 있다/ 가까이 가 살펴보니/ 잠자리 날개 모양 헝겊 리본이 달린 머리핀이다/ /가만히 내려다본다/ 아득한 바지랑대 끝에서 가까운 장독 뚜껑 위로/ 다시 어린 누이의 나풀거리던 갈래머리에 앉으려다/ 대숲으로 날아간 잠자리/ 지금은 엄마가 된 복희 경희 춘자 봉자/ 이런 친구들 머리에 꽂혔던 머리핀이다/ 머리핀을 한 손으로 주워들고 허리를 펴다가/ 다시 두 손에 올려놓고는/ 허리를 굽힌 채 한참 살펴본다/ 작은 물건 하나가/ 나를 오랫동안 서 있게 한다”(‘머리핀중에서)


시집 뒤에 해설 대신에 시인의 고향인 충남 청양에서 보낸 청소년기 체험을 시로 형상한 시인의 산문 고향 체험과 시가 말하는 것처럼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 땅을 고향삼아 참으로 많은 체험을 시로 형상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