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체육

김종경 첫시집 ‘기우뚱, 날다’

고은 시인 "서민 리얼리즘 결정체"
이경철 평론가 "서정적인 민중시"


               


우리 사회 곳곳 외로은 존재들의 영혼 따뜻하게 보살펴 주는 시어


김종경 시인의 첫시집 기우뚱, 날다가 실천문학사에서 나왔다.


김 시인은 기우뚱, 날다에서 우리 사회 곳곳의 외로운 존재들의 영혼을 따듯하게 보살펴 주는 시들을 선보이고 있다.


고은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이즈음의 한국 중견 시들이 보여 주는 개인적 정서 배설과는 사뭇 다른 서민 리얼리즘이 김종경 시의 주조를 이룬다. 또한 생태위기의 현상, 소외 계층, 사회의 회색화를 구수한 익살이나 직정(直情)으로 고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허기진 수화를 주고받던 젊은 남녀가 잔치국수 한 그릇/주문하더니 안도의 눈빛 건네고 있다// 하루 종일 낯선 시선을 밀쳐 내느라 거칠어진 손의 문장/文章들은 국수 가락처럼 풀어져 때늦은 안부에도 목이 메어/오고// 후루룩 후루룩 국숫발을 따라 온몸으로 울려 퍼지던 저/유쾌한 목소리들/ 세상 밖 유배된 소리들이 국수집 가득 부글부글 끓어오를/때면 연탄난로 위에 모인 이국의 모국어들도 어느새 노랗게/익어 갈 것이다// 혹여, 누구라도 이 집이 궁금해 찾아가려거든 낮달 같은/뒷골목 가로등 몇 개쯤은 무사히 통과해야 하고 또다시 막/다른 슬레이트 집 들창문을 엿보던 접시꽃 무리 지어 손 흔/들 것이니/ 누군가의 발자국보다 개 짖는 소리가 먼저 도착해 온 동/네를 흔들어 깨울 때 푸른 문장들을 뽑아 삶아 내는, 오래된/연인의 단골 국수집.”(‘국수집 연가전문)


특히 고은 시인은 시 국수집 연가에 대해 개 짖는 소리가 먼저 도착해 온 동네를 흔들어 깨울 때 푸른 문장들을 삶아 내는이라고 표현한 국수집의 정경 묘사는 끌로 생나무를 파낸 듯한 놀라운 표현이라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용인 일대의 안개야말로 김종경의 시가 드러내는 희로애락의 모태라며 이로써 우리는 김종경을 용인의 삶을 운명처럼 삼는 돌기둥 못지않게 안개의 시인이라 호명 한다고 밝히고 있기도 하다.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기우뚱, 날다는 시의 효용과 존재 이유를 본원적으로 묻게 하는 시집이라며 김 시인의 시편들은 속이 깊고, 진솔하고, 착하다. 시적 기교나 미사여구, 의뭉스런 시어로 독자들을 현혹하지 않는다. 구차하고 부당한 현실을 보여 주면서도 모든 존재들이 순하게 어우러지는 본디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타락한 현실을 현혹하거나 그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시어나 기교로 타락한 시들이 판치는 작금의 시단과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하루치 생계가 가득 실린/리어카 한 대가/보란 듯이 한 생애를 떠밀고 있다//자기 몸보다/더 큰 그림자를 밟으며/천천히 흘러간다/구겨진 모자를 눌러쓰고/성난 자동차들의/거친 경적과 불빛을 뚫고/오늘도 역주행이다/눈앞을 가로막는/생계의 짐과/구부러진 등을 보이기 싫어/느릿느릿/가고 있다//푸른 신호등이 켜지자/한 생애를 역주행하던 자동차들이/약속처럼 또다시/경적을 울리고”(‘역주행전문)


김 시인의 많은 시편들은 민중성과 서정성이 체화된 진솔한 언어들로 씌여 서정적 민중시를 떠올리게 한다. 가장 낮고 추래한 곳에 뒹굴더라도 절체절명의 그곳에서 사회의 희망을 일구어 실존의 자존과 존엄을 끝끝내 지켜 내겠다는 김 시인의 자세가 이번 시집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고 할 것이다.


강물은 그냥/울면서만/흘러가는 게 아니다/날마다/낯빛이 바뀌는 것처럼/꿈틀거리는 물결 속엔/자갈보다 찰진 근육이 있고/바위보다 단단한 뼈가 숨어서/강물은 이따금/남몰래 벌떡 일어나/걷다가 뛰다가/혹은/모래처럼 오랫동안/기어, 기어서라도/바다로/흘러가는 것이다” (‘유목의 강전문)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역사와 현실을 떠올리고 있는 김 시인. 강물이 기어, 기어서라도가야하는 바다는 역사에서 끊임없이 꿈꾸어 온, 너 나 없이 잘 어우러져 사는 세상이다. 김 시인의 시세계에는 그런 민중들의 힘과 능동성이 담겨 있다.


김종경 시인은 용인태생으로 동국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단국대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8년 계간 불교문예로 등단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환경사진협회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포토에세이 독수리의 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