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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뒷배 믿고 설레발치는 자식들?

 

뒷배 믿고 설레발치는 자식들? 

 

논어 학이3문장에서 공자 왈, 얼굴빛이나 꾸미고 말만 번지르한 자 치고 인()한 자는 드물다.<子曰 巧言令色 鮮矣仁> 이글의 대구(對句)가 논어 자로27문장이다. 공자 왈, 강하고 굳세고 질박하고 어눌하면 인에 가깝다.<子曰 剛毅木訥 近仁>

 

이 두 문장은 인문학의 정점을 찍는 성리학의 정수다. 논어의 이 글은 사람에 대한 지독한 관찰자로서 사람은 이 두 범위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는 공자의 고집된 통찰력이 집약된 문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두 범주는 아버지와 아들로 곧잘 회자되곤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삼국지에 나오는 호부견자(虎父犬子). 유비가 죽기 전에 제갈량에게 유언을 한다. 내 아들 유선의 앞날을 부탁하오. 유선이 황제로서 부족하다 싶으면 공이 황제가 되어도 됩니다. 제갈량은 선군 유비의 유언을 받들어 유선을 보필하지만 정작 후주(后主) 유선은 간신들의 말만 믿고 제갈량을 멀리한 결과 제갈량 사후 위나라 사마소에게 항복을 한다. 얼마 후 사마소는 유선을 비롯 항복한 촉나라 신하들도 위로할 겸 연회를 베풀고 악사와 무희로 하여금 촉의 음악을 연주케 한다. 연회 중 흘러나온 촉의 음악을 듣고 모두 슬퍼하는데 촉의 황제였던 유선은 혼자 신이 났다. 사마소가 의심을 품은 채 묻는다. 전날의 영화로웠던 촉이 생각나지 않으시는가. 유선 왈, 잔치가 이리도 흥겨운데 어찌 촉이 생각나리오. 사마소 왈, 아버지는 호랑이 같이 훌륭했거늘 아들은 개처럼 어리석구나.<虎父犬子>라며 이때부터 경계심을 푼다.

 

물론 유선의 이런 행동에는 나름 속여야하는 복선이 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선이 욕먹는 이유는 아버지가 죽기 살기로 일으켜 놓은 업을 자식이 모두 말아 먹었다는데 있다. 유비는 어쩌다가 자식을 이 지경으로 키웠을까. 또 뭣하나 부족할 것 없는 유선은 어쩌다가 이 지경으로 컸을까. 거기에는 아마도 뒷배 때문 일 것이다. 짚신 장수 출신의 유비는 뒷배가 없어서 목숨 걸고 살아야했을 것이고, 그의 아들 유선은 뒷배가 있어서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누군가가 상식 밖의 행동을 할 때는 거기에는 반드시 믿는 뒷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읽는 이는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 하나가 있다. 그토록 뒷배 믿고 까불던 유선이도 결국엔 망했다는 것. 요즘도 권력 있고, 돈 푼 깨나 있는 아비 뒷배 믿고 까부는 자식들이 설레발치는 통에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경우를 종종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