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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38년 규제 송탄상수원 해제, 또 ‘쳇바퀴’

경기연, 용역결과는 ‘해제’ … 대안은 ‘변경’
시민단체, 남 지사 정치 외압 설 … 맞불대응 '불사'

 



지난 38년 간 이어진 용인시와 안성시, 평택시 간 상수원 보호구역 관련 갈등이 1년 6개월에 걸친 ‘상생 공동용역’연구에도 불구,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해당 용역을 수행한 경기개발연구원 측이 쟁점이 돼 온 평택호 수질문제와 평택지역 상수도 공급 등에 대해 ‘해제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도출하고도, 연구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던 환경적 가치 등을 이유로 ‘해제’가 아닌 ‘변경’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산하 연구기관인 경기연 측이 내년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경기도 측의 정치적 판단을 받아들였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재선 도전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남경필 도지사의 정치셈법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지역정가와 시민단체들은 연구결과와 맞지 않는 경기연 측의 대안제시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특히 남 지사의 정치적 계산이 포함됐다는 소문이 이어지며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맞불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목소리다.


경기연구원은 지난 21일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수질환경전문가, 시민단체, 3개 시 실무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위·안성천 및 평택호 수계 수질개선과 상하류 상생협력 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경기연구원은 지난해 6월부터 진행한 용역을 토대로 ‘강변여과수 도입’,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상수원보호구역 존치’ 등 3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장단점을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두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로 진위·안성천 상류 지점에 개발이 이뤄져도 평택호 수질에 미치는 영향은 2% 내외로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평택시가 주장한 평택호 수질을 1급수인 울산 태화강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양분총량제, 준설강화, 호내 처리장 등 저감대책을 도입하더라도 태화강 수준의 수질 달성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택지역 물 공급 역시 ‘현재 공급되고 있는 광역상수도만으로도 부족하지 않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시 평택호 수질이 악화된다는 평택시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경기연 측은 이 같은 연구결과에도 불구, 상생용역의 쟁점이던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나 ‘존치’가 아닌 ‘상수원보호구역 변경’을 사실상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날 송미영 경기연 연구위원은 “상수원보호구역의 존치·해제·변경 이 세가지 안을 놓고 봤을 때 최상의 선택은 변경”이라며 “취수방식 변경 또는 광역상수도 재분배, 하수처리수 재이용 등으로 부족한 물공급량을 상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연에 따르면 ‘변경’이란 2개 취수장을 없애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는 대신 강변여과수를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강변여과수란 하천 수변에서 50∼300m 떨어진 곳에 집수정을 설치해 대수층(帶水層)을 통과해 여과된 하천수와 지하수를 취수하는 방식이다


경기연 측이 이날 현재 상수원보호구역 인근의 환경적 가치 등을 강조하며 ‘상수원보호구역 변경’을 강조했다.


시에 따르면 ‘변경’시 개발행위 등 규제 면젹은 용인시는 현 규제면적의 2%, 안성시의 경우 전체의 40%가 실질적인 해제 혜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연 측의 이 같은 대안 제시는 이날 공청회를 찾은 3개시 시민들에게 모두 비난을 받았다. 용인ㆍ안성 시민들은 “변경안을 통해 규제면적은 줄어들지만 제한이 있다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전면 해제”를 요구했다.


용인시민 A씨는 “상수원보호구역 때문에 수십 년간 개발도 못하고 고통받고 있다”면서 “규제 범위를 축소하는게 아닌 상수원보호구역 전면 해제만이 용인시민의 살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평택시민들은 강하게 ‘존치’를 요구했다. 평택시민 B씨는 “진위천에서 매일 평택시민을 위한 1만5000의 식수가 취수되므로 수질 보호가 시급하다”며 “상수원보호구역은 그대로 존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며 용인지역 정가와 시민단체들은 지난 2015년 진행된 대규모 원정시위 등을 다시 준비하는 분위기다. 당시 용인지역 시민단체들은 ‘송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하며 평택시청과 경기도청 등에서 대규모 집회와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상생을 목적으로 수 억원의 돈을 들여 한 용역이 내용과 대안제시가 부합되지 않는 ‘졸속’이 돼 버렸다”며 “이는 외부압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