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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무전유죄 유전무죄란 말이 또 회자되다니

 

무전유죄 유전무죄란 말이 또 회자되다니

 

회재(晦齋) 이언적(李彦適)27세가 되던 해 정월 초하루 날 새벽에 원조오잠(元朝五箴)개과잠(改過箴)을 쓰면서 치과작비(恥過作非) 과구성악(過久成惡)이라 했다.

 

과실을 부끄러워하면 잘못이 되고(恥過作非), 과실을 오래 두면 악이 되네(過久成惡)’<회재집晦齋集卷六>가 종래의 해석인데 또 다른 해석은 잘못을 짓는 것이 허물이고, 부끄러움인데(恥過作非)>허물도 오래되면 악으로 자란다(過久成惡)이다.’ 본래 이 말은 상서(商書)13편 설명중(說命中) 9장 치과(恥過)/작비(作非)가 원문인데 허물이 부끄러워 감추려고 잘못을 짓는다. 즉 또 다른 핑계를 댄다<>는 말이다. 이 말을 논어 자장편 제8장에서 자하(子夏)는 해석하기를 소인지과야(小人之過也)는 필문(必文)”이라고 했다. 소인은 잘못하면 그것을 가리기 위해 말을 더 꾸민다는 말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말이 작비(作非)’인데 상서정의(尙書正義)에서는 마침내 큰 잘못을 저질렀다<遂成大非>는 말로 해석을 한다. 이 큰 잘못에 대해서 대학연의를 쓴 남송 학자 진덕수는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論語子罕篇>를 주석하면서 말하길 속셈이 없는 허물은 잘못이고(盖無心而誤則謂之過), 속셈이 있는 허물은 악이다(有心而爲則謂之惡)고 했다. <西山文集卷30問答問過則勿憚改>

 

본래 성현은 허물을 고치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법이다<聖賢必以改過爲貴>. 그러나 우리는 성현이 아니기 때문에 허물 고치는 것은 고사하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마저도 분명하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는 재판관을 둔다. 재판관의 판단은 디케(Dike)의 저울처럼 정확할 때 우리사회는 밝아진다.

 

대법원 마당에는 한복 차림의 정의의 여신상 디케는 칼이 없다. 다만 왼손엔 법전을 오른손엔 천칭저울을 들고 앉아있을 뿐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가 한국에서는 왜 칼을 빼앗긴 채 한복입고 앉아있을까. 한복은 일복이 아니다. 앉아있음은 사회에 관심보다는 출세를 위해 공부만 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칼은 불의에 대해서 누구든지 가차 없이 베겠다는 결단이며 어떤 압력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불변의 가치다. 그러나 법전은 가변적이라 정의적이지 못하다. 피눈물 나게 법전 공부해서 사법시험 합격했으니 이젠 편히 앉아서 법전만 들척이면서 천칭저울에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기쁨을 누리며 남은 생을 보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이유는 집행유예라는 이해하기 힘든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결과 때문은 아닐까. 물론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