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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새책. . . 구봉 한시집



구봉 한시집이 숭조연구원에서 나왔다.


연세대학교 중문과 교수를 정년 퇴임한 후 고향 원삼면에 거주하고 있는 구봉 이석호 박사가 펴낸 이 한시집에는 지인들의 아호 등을 바탕으로 한 140여수의 한시가 실렸다.


이 박사는 대학시절부터 한시를 짓기 시작했으나 남아있지 않다.


이번 시집에 실린 한시는 그가 교직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두 수 습작했던 것과 그 후 아호의 매력에 빠져 아호를 찬송하는 호찬을 지어 모은 것을 토대로 하고 있다.


간혹 여행지에서의 서경과 시정을 읊은 것과 독후감을 한시로 지은 것 등 평생 쓴 것을 모아 구봉한시집에 실었다.


특히 한시 아역행(我歷行)’1650자로 65세 정년까지 자신의 일생을 축약한 장시. 1997년 정년퇴직 후 1년간 몰두해서 썼다.


유치원 다닐 시절에 아버지는 작은 지게를 만들어 나에게 주시며 열심히 일하라 하셨네. 이로부터 농사를 돕기 시작하여 아버지를 따라 퇴비도 져 나르고 어머니를 따라 샘물도 길어 왔었네. 8세에 서당에 들어갔는데 글방은 구봉산 밑에 있었다. 선생은 미당(微堂 吳萬泳)님인데 박학해서 당대에 으뜸이셨다. 나에게 동몽선습을 가르쳤을 때 줄 사이의 설명까지 자세히 가르쳤다. 나는 비로서 학문을 깨달아 일취월장하는 모습이었다. 스승님의 칭찬에 나는 더욱 힘써 배강할 때도 나 홀로 막힘이 없었다


원삼면 목신리에서 빈농의 아들로 촌스럽게 태어났다고 자신의 출생으로부터 시작하는 한시는 당시 농촌 생활의 빈곤함과 농사일의 힘겨움, 6.255,16 등 격동의 시대를 몸소 겪어온 일생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피난시절 고등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갖은 우여곡절 끝에 서울대학교 중국문학과에 합격해 학문의 길로 들어선 그가 연세대에서 정년을 맞이할 때까지 학자로서 마음을 다하고 온힘을 기울이며 살아온 성실한 모습과 가정사의 아픔과 기쁨까지 빠짐없이 담아 그의 일생을 손에 잡힐 듯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