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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냉전의 한반도. . . 평화의 시대 '눈앞'

특별기획



지난해 연말, 한반도는 전쟁의 그림자가 어른 거렸다. 북한과 미국의 말 폭탄이 하루가 멀다고 쏟아졌다. 올해 신년벽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무위원장 명의로 발표된 신년사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김여정의 특사 방문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정의용 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을 중심으로 대북 특사를 보내 역사적인 4월 말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했다. 회담 장소는 판문점 우리지역 내 평화의 집으로 정해졌다.


급격한 변화에 국민은 놀랐고 어안이 벙벙했으며 무엇보다 기뻤다. 놀라움과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워싱턴 발 메가톤급 소식이 전해졌다.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특사단 대표 정의용 안보실장이 백악관 앞뜰에서 5월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경천동지(驚天動地), 천번지복(天飜地覆)과도 같은 중대발표였다. 특사단은 일사천리 중국, 일본, 러시아를 방문하여 그간의 과정을 설명하고 관련국의 협조를 이끌어 냈다. 전광석화(電光石火)와도 같은 외교 일정이 숨 가쁘게 진행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다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스럽게 비핵화를 향한 수순을 밟아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내외의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놀라운 변화를 크게 반기면서도 전망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가 어떻게 접점을 찾을 것인가가 북미정상회담의 최대 관건이다. 미국은 2003년 조지 W 부시 정부시절, 네오콘이 주축이 되어 북핵문제는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완전한 불능화의 단계로 이행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CVID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CVID가 전제되지 않으면 북한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며 이후 이를 고수해 왔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전력을 기울여야 했던 관계로 북핵문제는 부차적인 것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 집권한 오바마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당면한 금융위기를 수습하고 전후 이라크를 안정시키는 것이 발등의 불이었다. 더욱이 후세인 정권의 몰락 이후 등장한 ISIS의 확산을 막는데 여념이 없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체제수호의 길은 핵 무력의 완성에 달려있다고 확신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임기 말 남북 정상회담에 나서는 등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타이밍이 늦었고 민심의 이반으로 동력을 상실했다. 이어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CVID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정권의 붕괴를 낙관하면서 통일은 대박론을 전파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3대 세습이라는 전대미문의 궁여지책으로 제재와 압박을 견뎌낸 북한은 마침내 6차례 핵실험과 장거리 대륙간탄도탄 개발 끝에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선포했다. 북한이 핵으로 미국본토를 타격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자 미국은 다시 북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무시전략으로 일관해온 북한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미국 조야의 공감대는 최대압박과 봉쇄 정책을 추진하게 하였고 대북 선제 타격론이 득세하는 배경이 되었다.


살얼음판과 같은 꽉막힌 대치국면 속에서 어쩌면 비핵화를 이룰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싹텄다. 남북정상회담은 비핵화는 물론 이산가족 상봉문제와 같은 남북의 오랜 현안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기가 문제일 뿐 예측되었던 것이다. 반면 북미 정상회담의 성격은 궤를 달리한다. 북미 정상회담의 테이블에는 오직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의 방법론만 올려 질 것이다.


북핵의 폐기를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이며 미국은 북한 김정은 체제를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가 회담의 핵심의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듯하다. 러시아 스캔들에 발목 잡혀 특검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그에게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은 호재임에 틀림없다. 회담이 잘되어 비핵화와 평화협정체결, -미 외교관계 수립의 단계로 나아간다면 11월 중간선거에서 선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의 중간 선거에서 집권당이 승리한 것은 193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이후 3번에 불과 할 만큼 야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낳았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트럼프가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점에서는 많은 언론이 동의한다.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담보해낸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의 유력한 후보에 오를 것이고 수상자가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북미정상회담은 정치인 트럼프에게는 이렇듯 매력적인 카드다.


이러한 희망적 관측의 이면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대통령으로 대표되지만 자본과 핵심이해집단에 의해 입안되고 좌우된다. 북핵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가장 원치 않는 세력은 군산복합체이다. 군수산업의 영원한 지배체제를 바라는 그들은 네오콘(극우강경보수주의자)을 내세워 현상유지를 획책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에서 해임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CIA국장을 후임으로 지명했다. 웨스트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임관되어 대위로 예편하기 까지 걸프전에도 참전했던 그는 공하당의 대표적인 매파 정치인이다.


폼페이오는 이란에 대해서도 강경한 노선을 견지하고 있으며 북핵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졌다. 폼페이오의 국무장관 기용(상원에서 인준 된다면)이 트럼프의 신의 한수인지 결렬을 대비하여 전쟁으로 가기 위한 수순인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대북 특사의 발표에서 알려진 것 같이 김정은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한반도 주둔을 반대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군산복합체도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이 나쁘지 않다고 인식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도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기를 바라는 세력이 폭넓게 엄존한다.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을 선거에 활용하고 일반 시민을 상대로 댓글 공작을 버젓이 자행했던 세력이 그들이다. 입증하기 어렵다는 맹점을 이용하여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퍼트렸던 극우 파시스트적 논객들이 그들이다. 분단 이데올로기를 고착화시키고 말로는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서 내심 미국의 선제타격을 갈망하는 세력이 그들이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급격한 해빙무드가 조성된 것이 전혀 반갑지 않고 오직 알량한 기득권의 상실만을 염려하는 세력이 그들이다. 그들에게 비핵화와 남북의 평화체제 정착은 달가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보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위협은 계속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와 #Me Too운동의 진행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방선거의 결과가 현재 진행형인 이 두 사건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당의 존립 목적은 집권을 하는 것이다. 집권으로 향하는 과정의 하나인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탓 할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도가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은 어느 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느냐 보다 훨씬 중차대하다. 역사적인 남북-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지 못한다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쟁의 위협이 정말 현실의 문제로 닥쳤다는 것을 의미 한다.


만약, 혹여 파국이 도래 했을 때 돌이키고 싶어도 돌이킬 수 없는 20184월과 5희망의 싹을 일시적인 당략으로 짓밟지 말기를 간절히 빈다.<용인신문 - 김종경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