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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미국의 두 얼굴-신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

특별기획



미국은 신성불가침이다. 적어도 20184월 현재 대한민국의 자칭 보수세력에게 미국은 감히 불경을 저질러서는 안되는 지고지선(至高至善)이며 정의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하도 들어서 귀가 아프다. 친미사대주의라 비난 받아도 마땅할 정도로 이 나라 수구기득권층의 미국숭배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에 대한 비판의 조류가 거세지고 있는 추세에 반해 한국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명나라가 멸망한지 일백여년이 지났는데도 신종 만력제의 제사를 지냈던 조선 후기 노론을 보는 것 같다.


한국의 수구기득권층은 분단 상황을 철저하게 권력과 부의 독점에 이용해왔다.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북한의 김씨 세습왕조 체제와 핵무기 개발은 수구기득권세력의 안보독점의 호재거리였다.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고강도 압박정책이 통하였다는 분석도 있고, 김정은 정권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시간벌기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나름대로의 정보 분석에 따른 평가일 것이다. 이런저런 평가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4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한반도비핵화가 핵심의제로 협상테이블에 오른다. 이어 5월말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한반도 평화정착의 분수령을 이룰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한반도는 물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은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 시진핑 주석과 회담하고 북중의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협상의 두 축인 국무장관과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을 주도할 국무장관과 안보보좌관에는 초강경보수파 마이크 폼페이오와 존 볼턴이 지명되었다. 특히 허버트 맥매스터의 후임으로 안보보좌관에 지명된 존 볼턴은 네오콘의 수장으로 20019.11 이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인물이다. 네오콘(neocon)은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를 통칭하는 개념어이다.


네오콘은 기독교원리주의와 맥이 닿아있고 미국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세계전략을 신봉하고 있다. 이념적으로 미국식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전세계에 전파하고 기독교화 하는 것이 신보수주의라면 경제적으로 미국의 독점대자본이 세계를 계속 지배하기 위한 체제가 신자유주의이다.


1980년 레이건 정권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은 신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양대축으로 막강한 군사력을 통해 유지되어 왔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오바마 민주당 정부의 등장으로 표면적으로 네오콘은 퇴장한 것으로 보였다. 네오콘은 잠시 후퇴한 것이지 퇴장한 것이 아니었다. 네오콘의 역사와 뿌리는 길고도 질기다. 미국의 핵심부에 네오콘이거나 영향을 받는 세력은 광범위하다.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끄떡없는 관료조직, 특히 경제관료와 군부, 검찰을 네오콘에 비유하면 적당할 것이다. 미국을 실제적으로 움직이는 보수화된 관료조직, 냉전체제 해체 이후 대테러 정보활동으로 살아남은 정보조직 등이 대표적인 네오콘이다. 대통령이 바뀌고 조직의 수장이 리버럴한 인사로 교체되어도 핵심실무는 여전히 그들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이란 자리는 외견상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정치지도자의 정점이다. 진실도 그러할까? 미국 대통령의 실상은 국가권력시스템을 실제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신보수주의로 무장한 이익집단의 어릿광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재협상이 타결되자 결과에 크게 만족하고 자신의 공이라고 스스로를 추켜세웠다. 다음날 트럼프는 재협상을 인준할지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겠다고 180도 말을 바꿨다. 시진핑-김정은의 전격적인 베이징 정상회담 결과가 알려지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트럼프의 변심은 존 볼턴의 조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존 볼턴은 북핵문제의 해결에 리비아식 접근방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식 방식이란 핵위협 제거 이후 정권을 교체한다는 시나리오다. 카다피는 핵과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했고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지원을 받는 반군에 의해 처형되었다. 김정은이 리비아식 해결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다. 청와대는 리비아식 해결은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1500여개 품목에 보복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즉각 대응하여 식량을 비롯한 IT부품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요구가 다소 지나치다 싶어도 부분적으로 양보하는 자세를 취하며 무역마찰이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피해왔다.


트럼프 정부의 대 중국 무역전쟁 선포는 세계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단순한 엄포용 도발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중국이 양보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 역시 즉각 보복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며 주요 교역국과 연대하여 상황을 타개할 것이 확실시 된다.


북핵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역사적 대전환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중대한 난관에 봉착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민족의 명운이 달린 중대사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파도에 떠밀려 침몰하지 않아야 하는 노련한 항해술을 요구받고 있다.


어쩌면 양자택일을 강요당할지도 모른다. 미국 편에 설 것이냐, 중국 편에 설 것이냐를 강제받을 수도 있다. 북핵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의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네오콘의 전략적 목표는 중국의 봉쇄와 고립, 나아가 내부의 분열이다. 북핵문제는 동북아 정세에 미국이 주도적이고 지속적으로 개입하면서 헤게모니를 행사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꽃놀이 패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무조건 항복일 경우에만 의미 있는 결과다.


중국은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고 옹호하면서 단계적 해결, 즉 쌍방이 주고받는 방식의 접점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일본은 미국편에 한발을 굳건하게 버티고 서서 상황의 전개와 변화를 주시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전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야당의 지원을 받는다 해도 어렵고 힘겨운 협상을 해야 한다. 그만큼 한반도 비핵화와 무역전쟁에서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의 경우, 북한이 남북한 당사자끼리 비핵화를 이루겠다고 나올지도 모른다. 북한의 입장에서 모두 내놓았다고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홀딱 벗고 무조건 항복하라고 겁박한다면 그런 상황이 올수도 있다는 것이다.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조선 조정은 남한산성에 들어가 굶주림에 떨며 59일을 버텼다. 최명길을 중심으로 주화파가 항복하여 종묘사직을 보전할 것을 주청하고, 김상헌 등 주전파는 결사항전을 주장했다. 인조는 삼전도에서 청태종에게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행하고 항복했다. 최명길은 오랑캐에게 항복을 주장했다하여 유림의 배척을 받았고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꾸기 전까지 그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최명길은 1642년 명나라와 비밀리에 외교관계를 유지한 것이 발각되어 심양에 끌려가 2년간 옥고를 치루었다. 이때의 일화다. 명에서 청으로 귀순한 한족 대신이 대의명분을 귀하게 여기는 조선이 청에 너무 쉽게 항복한 게 아니냐고 묻자 조선이 항복해도 본국이 건재하면 뿌리가 튼튼히 살아 있는 것이다라 답했다. 본국은 물론 명나라다. 그 명나라도 그로부터 2년 후 멸망했다. 이후 조선은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 130년 청의 번영을 목도하고서도 오랑캐라 멸시하고 대명률(명의헌법)과 주자학만을 숭상했다.


미국은 자신이 전 세계에 강제적으로 요구하여 구축한 WTO 체제를 스스로 허물며 전 방위적인 무역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시장은 닫아걸고 경쟁국의 시장은 문턱을 낮추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을 숭상하는 일부 수구기득권 세력은 꿀 먹은 벙어리다. 미국 앞에 서면 한없이 비굴해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조선 후기 노론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미국은 그들에게 있어 본국인가? 그것이 궁금하다.<용인신문 - 김종경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