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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19

최은진의 BOOK소리 119

우리가 곧 보게 될 보이지 않는 세계

보이지 않는 세계

저자 : 리즈 무어 / 출판사 : 소소의 책 / 정가 : 15,800

 

 

 

언제 어디서든 행복해 지고 싶을 때 각자에게 맞는 행복을 만들어주는 세계가 존재한다면? 그 세계 속에서 우리가 보고 느끼고 듣는 모든 것이 가짜라는 걸 전혀 느낄 수 없다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재생해 주는 가상세계가 가능한 현실이 되고 있다. 과학이 만들어 낼 미래를 전제로, 과거와 현실을 탄탄하게 연결해 나가는 소설.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면서도 동시에 서늘해지는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해 줄 소설, ‘보이지 않는 세계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화두는 묵직하다. 인공지능이 빚어내는 가상현실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금 세상 어딘가에선 이미 실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내 눈앞에 있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진실일까? 철저하게 자신을 감춘 채 살아온 과학자 데이비드가 그의 딸 에이더에게 건네 준 플로피 디스크 한 장. 이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로 가는 수수께끼의 시작이었다. ‘딸에게 아버지는 제우스였고, 자신은 그의 머리에서 온전한 모습으로 튀어나온 아테나였다……둘뿐이었다. 언제나 둘이었다’. 그렇게 우주의 중심이었던 아버지가 기억을 잃어가면서 에이더는 낯설고 두려운 세상에 혼자 던져진다. 신처럼 생각했던 아버지의 이면과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혼란을 겪는 딸과, 그 모든 걸 예상하고 암호를 풀어야만 다가갈 수 있게 보이지 않는 세계를 준비했던 아버지. 서로를 향한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


모든 장르가 이 소설 한 권에 다 들어 있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다채롭고 경이롭다. 지루할 틈 없는 이야기에 숨 쉴 틈 없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과학이 빚어낸 새로운 세상 앞에서,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설레임이 공존한다. 어떤 자세로 그 멋진 시대를 맞이해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인간과 컴퓨터가 공존하는 시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삭막하지 않다. 적어도 이 소설에선 그렇다. 따뜻하고 행복한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가상세계의 중심에 놀랍게도 사랑이 있다. 첨단과학시대에도 여전히 사랑은 모든 힘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