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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6.12 북미정상회담과 미국의 군산복합체

특별기획



트럼프 대통령은 510(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회담 장소와 날짜를 알렸다. 그가 희망했던 판문점이 아닌 싱가포르로 결정된 배경에는 네오콘의 수장이자 백악관 대통령 안보보좌관인 초강경파 존 볼턴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59일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201543일 이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6개국이 천신만고 끝에 이끌어낸 이란 핵협정은 전임 오바마 정부의 손꼽히는 외교적 성과였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하에 수수방관 했던 오바마 정부는 이란과 쿠바문제에는 심혈을 기울였다. 미국-쿠바간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과 이란 핵협정의 타결로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포용적으로 변하는가 하는 국제사회의 기대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이란 핵협정의 일방적 파기를 보면서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과정이 걱정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이끌어 내면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다. 비핵화 이행과정에서 미국은 특히 존 볼턴을 필두로 한 극우 강경보수파는 북한이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조건을 내걸 것이다. 존 볼턴이 판문점 회담을 극구 만류한 배경에는 장소의 상징성 때문이다. 트럼프의 희망대로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동하면 회담 말미에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할 가능성이 높고 종전 선언에 준하는 트럼프의 즉흥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 확실해 보였다. 존 볼턴과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이러한 돌발적 상황을 경계한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회담이 열린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산복합체의 통제 하에서 회담을 진행하고 합의사항 이행과정에서 언제라도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일관되게 군산복합체의 이익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대외정책의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로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장악한 이후부터 구체화 되었다. 2차대전 종전으로 1300만에 이르는 군대가 150만으로 축소되고 군사비가 10% 수준으로 줄어들자 미국은 대량 실업과 경기 침체에 직면하게 된다. 전쟁 중에는 젊은 여성까지 생산에 투입될 만큼 100% 고용을 이루었던 나라에서 대량실업 사태가 닥치자 미국 정부와 군산복합체는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한다. 한반도와 대만을 미국의 방어대상에서 제외한다는 19504월 애치슨라인의 설정이 그 결과물이다. 그로부터 2개월 후 1950625일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군산복합체는 화려하게 부활한다. 이후 그들은 동서냉전을 주도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확고부동한 철옹성을 구축한다.


1991년 소련의 붕괴와 동구권의 몰락은 군산복합체에게 재앙이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았던 냉전체제의 붕괴는 군산복합체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몰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높이 비상(飛上)했다.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였다. 어른과 아이의 싸움보다 더 싱거웠던 걸프전은 TV를 통해 중계되었고 전쟁을 게임으로 만들었다. 군산복합체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착실히 실리를 챙겼다.


하늘도 군산복합체의 편이었다. 20019.11 사태는 테러와의 전쟁을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만든 사건이었다. 전미국인이 분노했고 이슬람권에 대한 보복을 요구했다. 주니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알 카에다 소탕을 내걸고 아프카니스탄을 공격했고, 이어 이라크 침공(2003.3.20.)을 단행했다.


미국정부는 2003320일부터 20111215일 종전까지 전쟁 수행에 수조달러를 퍼부어야 했다. 미국연방정부는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군수산업체는 떼돈을 벌었다. 부시 정권은 전쟁 비용을 이라크의 석유를 독점함으로서 충당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이어 ISIS가 준동하면서 석유를 제대로 퍼 올리지도 못했다. 완전히 손해 본 장사였다. 미 연방정부의 천문학적 재정적자는 고스란히 군수산업체의 이익으로 돌아갔다.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불패의 신화를 쌓아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크고 작은 분쟁을 부채질 한다. 평화의 조짐이 보이면 싹부터 자른다. 언론을 장악하여 충실한 조력자로 삼는다. 군부는 기본이고 정치권에 돈을 뿌려 장악한다. 분쟁 지역의 정치 지도자 군부를 포섭하여 최대한의 무기를 판매한다. 이것이 불패신화의 비결이다. 미국의 군수산업체는 이러한 공식에 충실했고,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었다. 한반도에 평화가 오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미국의 군산복합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대폭 늘려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약 1조원 규모, 50% 정도를 분담하고 있는데 그 요구를 들어 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미군 주둔 비용을 100% 부담하고 남북한 군축을 단행하여 국방비 총액을 줄일 수 있다면 미국의 군수산업체와 그에 복무하는 세력의 의표를 찌르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 군부의 반발과 야당의 공세를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냉전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일부 유력 정치인들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100% 부담한다고 하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미국의 군산복합체도 크게 당황할 것이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법으로 한국정부가 대응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100% 폐기한다고 해도 미국은 못 믿겠다고 억지를 부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중국을 버리고 미국의 우산 아래로 들어가겠다고 천명하지 않는 한 압박은 계속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높게 평가 하면서도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이유는 미국은 전쟁을 포기하지 않는 나라라는 엄연한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핵협정을 파기하고 탈퇴한다고 하자 마크 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은 협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중국은 물론 독일도 입장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영국의 입장인데 명분상 미국에 동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예측된다.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나오면 문재인 정부는 이를 6자회담의 틀로 수렴하여 함께 풀어 나가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어찌 보면 칭찬에 목마른 순진한 정치인이다. 그는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삼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제적으로 미국을 장악하고 있는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이다. 트럼프가 군산복합체와 대결하여 승리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결국 믿을 것은 당사자인 남북한의 의지다. 평화를 향한 길이 제아무리 고단하다 해도 포기하지 않고 상호간 신뢰를 쌓아 가는 것만이 미국군산복합체의 야욕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다.<용인신문 - 김종경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