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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한 표와 세상의 변화


소중한 한 표와 세상의 변화

 


화려한 외모는 아니지만 따뜻한 인상이 신뢰감을 주는 아나운서가 있었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그녀의 남편이 시인이라는 사실 또한 매력적이었다. 당시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이 유행처럼 이어지던 때에 그녀는 묵묵히 라디오에서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었고 그런 그녀의 목소리는 프리 선언은 하지 않을 것 같은 안도감을 주었다. 아나운서들이 프리 선언을 하면 안정기에 들어설 때까지는 프로그램에서 만나기 힘든 아나운서들이 많았기에 그녀의 목소리를 라디오에서 오래 듣고 싶은 개인적인 바램도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프리선언보다 더 파격적인 행보를 발표했다. 정치계로 들어간 것이다. 상당히 뜻밖이었다. 시인의 아내로 살기에는 뭔가 힘들었었나. 그런데 그녀의 미소에는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섭섭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혹시 개인의 명예욕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약간의 실망감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방송으로 이름을 알리고 그 인지도를 이용하여 정치 쪽으로 옮기는 방송인들을 보면서 그리고 정치인이 되면서 달라지는 그들을 보면서 실망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그녀를 보면서 그녀가 라디오에서 가끔 선곡하던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라는 노래 가사를 읊조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녀의 선택이 반갑게 다가왔다. 내가 지지하고 싶은 사람을 지지하기 위해 옮긴 그녀의 행보를 알게 되었다. 선거 때가 되면 사람만 달라질 뿐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풍경을 연출하는 후보들을 보면서 식상함도 느꼈고, 당선이 되면 달라지는 후보 때의 모습과 생각들이 변하는 것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종종 겪었다. 정치에 그다지 깊은 관심이 없던 나도 정치인들을 보면서 달라지지 않는 모습에 실망을 했으니 대부분 사람들은 달라지지 않은 세상에 정치적 무관심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무관심을 표현하는 것도 다행이다. 한 때는 혹시나 하는 기대에 선거 때마다 투표를 하던 사람들이 그들이었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변하지 않는 세상에 무관심하던 사람들도 이상하게 변해가는 세상의 모습에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이상하게 변해가는 나라의 모습은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무관심이 자칫 세상을 망칠 수도 있다는 두려운 생각이 조금씩 조금씩 목소리를 내며 큰 목소리가 된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리 포기하기에는 세상은 아직 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아나운서가 웃는 얼굴로 인터뷰한 기사를 보았다. 표정도 말투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정치계 쪽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를 드러내는 아나운서였는데도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한사코 부담스러워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정치계 쪽으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겸손했고, 그녀의 남편은 여전히 인간 냄새를 풍기는 시인으로 남아있었다.


곧 지방 선거일이 다가온다. 후보들은 공약을 쏟아낼 것이고 경쟁 후보를 향하여 공격을 할 것이다. 재래시장을 방문할 것이고 큰 행사를 찾아다닐 것이다. 유권자들과 악수하는 후보들의 모습은 언론에 많이 노출될 것이다. 웃는 표정만 드러날 것이다. 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훈련된 모습으로 기호 몇 번을 외치며 인사할 것이다. 똑같은 풍경을 보면서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할 것이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냉소적 반응으로 임시 공휴일을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며 투표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투표권은 소중한 권리라는 생각으로 투표부터 하고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나는 투표를 할 때마다 기대를 했다. 세상이 좀 달라지기를, 그리고 정말 세상이 좀 공평해지기를, 그리고 세상이 좀 살만하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기를 말이다. 그러면서 마음 한 편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도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변한 것인지 세상이 변한 것인지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미투 운동’, ‘최저 임금제’, ‘을의 반란등 쉽게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이슈들이 용기를 내는 모습들이 보였다. 금수저라면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 같은 세상, 불공평하지 않은 상황들을 받아들여야 했던 세상 같았는데, 묻혀버린 사건들이 국민 청원에 의해 재조명되고, 블랙리스트가 화이트리스트가 되는 문화계의 모습들이 바뀐 세상을 실감나게 했다.


나는 이번 6.13 지방 선거가 기대된다. 소중한 한 표가 바꿔놓을 세상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아직도 세상에는 변해야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