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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22

최은진의 BOOK소리 122

나무와 사랑에 빠진 랩 걸(Lab Girl)의 일상

랩 걸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저자 : 호프 자런 / 출판사 : 알마 / 정가 : 17,500

 


사람이 가장 아름다워 보일 때는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아닐까? 가슴을 뛰게 하는 열정으로 가득 찬 한 소녀가 있었다. 몸집은 작지만 결의에 찬 그녀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온몸을 던진다. 랩걸(Lab Girl)이 되어 연구하고 실험을 하는 모습은 반짝반짝 빛나다 못해 눈부시기까지 하다. 그 열정에 순수함이 더해져서 그 힘은 더 커진다.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낸 호프 자런. 한 톨의 씨앗으로부터 시작하는 식물의 경이로운 세계를 담백하고 솔직하게 그려냈다


일단 싹을 틔운 식물은 헤매지 않는다는 그녀는 식물을 그대로 닮았다. 여성 과학자로서의 불공정한 편견을 극복하고 영향력 있는 식물학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보여주는 파문은 생각보다 크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고 싶었던 건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철학적인 가르침이 아니었을까? 씨앗이었을 때 추운 날씨를 기억하고선 첫서리가 내릴 것에 대비해 성장을 멈추는 가문비나무, 단 한번 싹틔울 기회를 위해 100년을 기다리는 체리씨앗, 석달 동안 완전한 암흑에 이어 석달 동안 계속되는 뜨거운 태양을 견뎌내는 북극의 나무를 상상할 수 있는가? 모든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혹독함을 견디고 멈춰야 할 때를 아는 나무로부터 우리는 조금 부끄러워진다. 씨앗 하나에 온 우주가 담겨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식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빚어낸 그녀의 열정은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안에서 샘솟는 열정을 숨기지 않는 그녀의 솔직담백함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불안정하고 혼란스런 길을 택해 힘든 여정을 겪은 그녀의 경험치는 여러 번 식물을 통해 극대화된다. 사막에 살던 어떤 식물이라도 좋은 환경에 가져다 놓으면 더 잘 자란다며 그녀가 던지는 의미 있는 한마디.


선인장은 사막이 좋아서 사막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 선인장을 아직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