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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목민관


목민관

 

하루는 공자(孔子)가 뜰을 거니는데 아들 공리(孔鯉)가 그 앞을 지나간다. 아버지는 아들을 불러 세워 묻는다. 요즘은 무슨 글을 읽는가. 아들이 머뭇거리자 공자가 구체적으로 책을 들먹이며 다시 묻는다. ()를 읽었느냐? 하니 아들은 아직 못 읽었습니다.”라고 했다. 공자가 답을 주면서 말한다. 시를 읽지 않으면 사람 앞에서 말할 수가 없다<불학시不學詩 무이언無以言>.


이런 일이 있은 후 아들 공리는 물러나 시를 읽었다고 했다. 다른 날, 아버지와 아들은 뜰에서 또 마주쳤다. 공자가 묻는다. 예를 읽었느냐. 여전히 아들이 머뭇거리며 아직 못 읽었습니다.”라고 말하니 공자가 답을 말한다. ()를 읽지 못하면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설수가 없느니라<불학예不學禮 무이립無以立>. 공리는 물러나와 예를 읽었다고 했다.


공자 당시에는 수많은 명저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는 아들에게 여러 책을 권한 것이 아니라 단 두 권의 책만을 읽도록 했다. 시경과 예기다. 시는 사람의 마음에 나쁨을 없애준다. 논어 위정은 말하길 시 삼백 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게 하는 것이다<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曰 思無邪>”라고 했다.


생각의 사악함이 없는 것은 부동심이고, 부동심은 호연지기의 시작이다<맹자공손추장구상2>. 이 호연지기가 몸 밖으로 포장되어 나온 것이 예다. 여기서 그 유명한 안연의 극기복례가 나왔다. 극기복례의 실천 덕목은 네 가지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라는 비례물시(非禮勿視). 예가 아니면 듣지 말라는 비례물청(非禮勿聽).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라는 비례물언(非禮勿言).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는 비례물동(非禮勿動)이다.

6·13 지방자치 선거가 끝났다. 지금부터 정확히 200년 전인 1818, 귀양 살던 다산은 48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지방 수령 지침서를 썼는데 목민심서가 그것이다. 목민심서의 키워드는 단 세마디다.


첫째, 재물에 청렴하라. 둘째, ()에 청렴하라. 셋째, 직위에 청렴하라. 시장이 됐건 도의원이 됐건 구청장이 됐건 시의원이 됐건 구의원이 됐건 좌우간 국민들 등골 빼먹으라고 뽑아준 건 아니다. 정조 때 문신 성대중이 말처럼 괜히 오만 떨다가 인생 끝내지 말고 깨끗하게 4년 임기 마치고 감옥이 아닌 집으로 잘 돌아가는 목민관 됐으면 한다.<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