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최은진의 BOOK소리 124

최은진의 BOOK소리 124

우린 모두 평범하게 불행한 사람들.

마당이 있는 집

저자 : 김진영 / 출판사 : 엘릭시르 / 정가 : 13,800

 

  

    

 ‘마당에서 시체 냄새가 난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심리 서스펜스이자 가정 스릴러. 행복한 일상을 의심하기 시작한 여자와 불행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분투하는 여자의 삶이 교차하며 변해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따뜻한 밥 냄새와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은 마당이 있는 완벽한 집으로 이사 간 주란과 피폐한 결혼생활에서 벗어날 방법만 찾는 상은’. 얼핏 보면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두 사람. 그러나 사건이 진행될수록 둘은 묘하게 닮아간다. 아니 처음부터 그들은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반듯한 집안의 의사인 남편, 모범생 아들과 함께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간 주란. 모든 것이 이상적이고 완벽해보인다. 그런데, 마당에서 시체 냄새가 난다. 그 냄새를 따라가다가 삶의 이면을 보고야 만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었던 그녀의 가정에 균열은 이미 진행 중이었다. 다정한 남편이 끔찍한 살인자의 얼굴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는 주란, 자신을 믿을 수 없다. 이 행복을 지키고 싶다. 반면 치졸하고 난폭한 남편과 임신한 것을 숨긴 채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벌어야하는 운명의 상은. 반항조차 못한 채 맞고 살던 그녀는 완벽한 알리바이와 철저한 계획을 세워 완전범죄를 꿈꾼다. 하지만, 그녀에게 행복으로 가는 길은, 아니 불행에서 벗어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남편 세계에 속한 부속물처럼 여겨지는 삶이란 어떤 걸까? 결혼과 동시에 상류층에 편승한 주란과 결혼이 바꿔놓은 찌든 생활에서 발버둥치는 상은. 대비되는 두 여자의 심리묘사와 치밀한 스토리 구성력이 돋보인다. 전혀 접점이 없어보이는 두 여자의 삶이 교차하는 점은 공교롭게도 '죽음'이다. 주란의 집 마당에서 시체로 발견된 여자와, 저수지에 낚시를 하러 갔다 시체로 발견된 상은의 남편. 이 두 죽음은 두 여자의 삶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행복을 지키려던 주란이 불행에서 벗어나려는 상은에게 말한다. ‘자신을 특별히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우린 모두가 평범하게 불행한 거예요.’ 그놈들(?)이 사라졌으니 그녀들도 이젠 평범하게 행복할까?<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