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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김수복 시인 시집 ‘슬픔이 환해지다’펴내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있는 김수복 시인이 신작 시집 슬픔이 환해지다를 펴냈다(모악 ).

이번 시집은 슬픔이 환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슬픔의 시에서 환해지는 시로 이행하는 시적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의 비밀을 들추기 위해 부릅뜬 눈이 아니라, 세상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맑은 눈으로 쓰여진 이 시집을 통해 독자들은 한 계절쯤 슬픔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은 이 시집을 읽다가 문득 천진무구한 심상이 짧은 시행 속에 동요풍으로 다가옴을 느낄 것이다. 어린애의 마음과 눈으로 보아야 세상의 비의성이 속속들이 잘 보인다고 했던가. 그래서 시인은 어른의 퇴락한 질서가 공고해지는 현실 속에서 동요풍의 심상을 시적 전략으로 삼았다.

구름은 하늘 갖고 놀고/ 물결은 호수 갖고 놀고/ 파도는 바다 갖고 놀고/ 나무들은 바람 갖고 놀고”(‘놀다전문)

고랭지 배추밭에서 풀을 매는 할매들/ 비탈밭 옆길 끓는 해에게/ 수제비구름 떠 넣어/ 새참을 먹고 있다‘(’비탈길전문)

구름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요/ 하느님이 화나셨나 봐요// 마른 가슴에 우르릉 쾅쾅/ 주먹들이 대문을 두드려요// 개망초꽃들 놀라서 풀숲 대문을 걸어 잠그네요”(‘구름 주먹전문)

시인에게 슬픔 없는 세상은 공평한 세상이다. 공평하다는 것은 귀가 맑아지고/눈이 맑아진세상과 대면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무구한 눈으로 순진한 마음을 드러내듯이, 시인은 동화적 상상력으로 삶의 본질에 다가간다.

읽지 않았던 시집들/쓰다가 남은 공책들”(‘하늘의 책장중에서)을 발견한 시인은 맑아진 하늘을/가슴에 가두어 두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것은 슬픔 없는 세상에서 공평한 마음으로 맑은 세상을 만나겠다는 시인의 의지인 것이다.

그래, 이게 나라야/ 바람이 불어오면 같이 흔들리고/ 해가 떠오르면 함께 웃어주는/ 이 들판을 보라/ 그래./ 그렇지”(‘보리가 익어갈 때전문)

내일의 길목에게/ 가시관을 걸어주다/ 암흑의 길목에도/ 일출의 길목에도/ 그림자의 길목에도/ 사랑의 가시관을 걸어주다/ 너는 더욱 어두워지고/ 슬픔은더욱 환해지다‘(’슬픔이 환해지다전문)

고명철 문학평론가(광운대 교수)짧은 시행의 구성, 시적 대상에 대한 즉물적이면서 자연스러운 관찰, 그것으로부터 촉발된 구김살 없는 감성, 관찰한 것이 마냥 새롭다는 듯 느낌을 있는 그대로 진술하는 태도, 추상을 극도로 배제한 채 최대한 구체적 감각을 동원한 심상, 평이한 시어의 구사, 이런 것들로부터 상기되는 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 등은 이 시집의 또 다른 매혹이다고 말하고 있다.

김수복 시인은 시집으로 지라산 타령’ ‘낮에 나온 반달’ ‘새를 기다리며’ ‘기도하는 나무’(시선집) ‘또 다른 사월’ ‘모든 길들은 노래를 부른다’ ‘사라진 폭포’ ‘우물의 눈동자’ ‘붉은머리학의 사랑 노래’(영상시집) ‘달을 따라 걷다’ ‘외박’ ‘하늘 우체국’ ‘밤하늘이 시를 쓰다등이 있으며, 그 외 저서로 별의 노래: 윤동주의 삶과 시’ ‘우리 시의 상징과 표정’ ‘상징의 숲’ ‘문학공간과 문화콘텐츠’(편저) 등이 있다. 편운문학상, 서정시학 작품상, 풀꽃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다.<용인신문 - 박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