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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용인시, '군대식 행정'의 부활?

지곡동 콘크리트연구소 재검토 ‘논란’
담당 부서 ‘불가’… 백 시장 “따르라”
공직사회, 시장의 공무원 불신 ‘충격’


지난해 용인시의 ‘명분 없는 허가 취소’와 ‘행정심판 패소’ 등으로 행정 신뢰성에 오명을 남긴 ‘지곡동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문제가 2년여 만에 다시 재현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백군기 시장이 시 담당부서에 사실상 ‘허가취소’ 또는 ‘공사중지’ 등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백 시장은 담당부서는 물론 비서실 등 측근 공직자들의 만류에도 불구, ‘주민 민원 및 선거당시 공약’ 등을 이유로 사실상 밀어붙이기 식 행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부서 측이 기속력이 있는 행정심판 패소 및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 현행법 상 문제가 없는 인·허가 행정 등을 ‘불가’ 이유로 내세웠지만, 백 시장은 오히려 공직자들의 ‘사고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공직내부에서는 지역배분 의혹 등을 남긴 첫 공직인사와 더불어 ‘군대식 상명하복 행정의 부활’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거 공약 및 주민민원 등을 명분으로 적법한 절차를 걸친 인·허가 행정에 ‘제동’을 거는 모습이, 지난 2006년 민선4기 취임 초반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당시 서정석 전 시장은 광교산 자락에 허가된 노인복지시설 건립을 선거공약 및 민원 등을 이유로 허가취소 처분했지만, 결국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에 모두 패소했다.


또 개발업체 측이 제기하려던 수 척 억원 대의 구상권 청구 등을 막기 위해 공직자들이 발 벗고 나서는 등 ‘행정력 낭비’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시에 따르면 백 시장은 최근 시 인·허가 부서 등에 ‘지곡동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다.


시장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환경운동가와 지곡동 주민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검토하라는 것. 사실상 ‘허가 취소’를 검토하라는 지시다.


하지만 공직사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4년 도시계획 시설로 결정된 연구소는 주민들의 요구로 지난 2015년 8월 공사 중지 명령과 지난해 4월 허가취소 등을 했지만, 행정심판위원회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곡동 주민들이 ‘행정심판 결과’를 불복,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사안인 탓에 ‘막무가내’로 허가를 취소할 경우 시 행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가 행정심판 결과를 번복하고 허가를 취소할 경우 담당 공직자들에 대한 문책과 시를 대상으로 한 업체 측의 구상권 청구 등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에 따르면 백 시장의 이 같은 지시 이면에는 시장직 인수위원을 역임한 A씨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소 건립 중인 업체 측과 개별 소송도 진행 중인 A씨는 백 시장과 시 공직자들에게 “허가 취소가 가능하고, 행정소송도 승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백 시장은 공직자들이 검토한 내용보다 인수위원을 역임한 민간인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며 공직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시장이 공직자들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고위 공직자는 “공무원을 두고 ‘영혼이 없다’고 하지만, 오히려 공직자들은 불법적인 지시를 따를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갇혀 있다”며 “시장이 공직자들을 불신하는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을 따를 경우 결국 그 책임과 피해를 고스란히 공직자가 받아야 하기에, 공직자들은 옳지 않은 지시를 거부 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인 셈이다.


한편, 공직 내에서는 개발행위 등을 위한 ‘도시계획 시설 결정’ 심사 과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문제가 된 토월약수토 노인복지시설이나 지곡동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모두 ‘도시계획 시설’지정부터 문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현행법 상 ‘도시계획 시설’로 결정되면 산지법 등 개별법령에서 제한하는 인·허가 요건을 피해갈 수 있다.

<용인신문 - 이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