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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28

최은진의 BOOK소리 128

범우주적인 거대한 농담 속에 삶의 철학을 담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저자 : 더글라스 애덤스 / 출판사 : 책세상 / 정가 : 8,500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눈을 가지고 싶다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만나면 된다.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는 그저 지금까지 쌓아 있던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농담을 할 수 있는 재치를 키우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 SF코믹 장르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영국에서 BBC라디오 드라마로 시작해 TV, 영화, 음반, 심지어 게임으로도 제작되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된 배후에는 상상력의 끝판 왕을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적인 유머 감각과 경쾌한 풍자가 있다. 게다가 이 책이 1978년 작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농담과 유머에 박힌 단단한 뼈와 가시는 우리를 아프게 찌른다.

지구가 파괴 되었다. 어느 우울한 목요일에. 지구는 한줌의 수소, 오존, 일산화탄소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이 와중에 살아남은 평범한 지구인, 아서 덴트는 은하수를 여행 하던 중 지구에 좌초되어 15년을 보내고 있던 포드 프리펙트의 도움으로 운좋게 우주선을 얻어타게 되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책 한권 달랑 들고서 시작하게 된 우주여행은 좌충우돌 뒤죽박죽 사건의 연속이다. 전형적인 지구인, 소심한 아서 덴트가 만나게 되는 인물들을 보자. 포드 프리펙트는 새로움과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의 전형이고, 우주대통령 자포드는 헐리우드의 천방지축 아이 같은 행동을 하는 영화배우 같고, 트릴리언은 성공을 향해 달리고 일에 집중하느라 가정을 소홀히 하게 되는 현대 직장인의 전형 같다. 이들이 겪는 사건들은 우주라는 공간에서 일어나지만, 패턴은 지구와 다를 바 없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라기 보단 뒤죽박죽 엉망진창 옴니버스 같은 이야기 속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알맹이처럼 숨어있다. 지구인의 삶을 꼬고 비틀기를 통해 정확한 눈으로 보게 해주는 농담 같은 책. ‘인생이란, 싫어하거나 무시할 수는 있어도 좋아하기는 어려운 거라는데 대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렇게 심각하게 어려운 지구에서의 삶을 헤쳐 나가기 위해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가 되어보면 어떨까. 범우주적인 거대한 농담 속에서 심각한 거 없이 웃으며 살 수 있지 않을까?<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