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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효(孝)-8


 

권위주의시대에서 자유주의 시대로 바뀌고, 농경사회에서 과학문명이 발달한 산업시대로 바뀌고, 대가족에서 핵가족화 되는 등 급격한 사회 변화와 함께 우리는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많다. 그 가운데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부모 자식 간의 사랑과 효도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이는 단지 가정에 국한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효와 사랑과 질서를 상실하면서 사회적 폭력과 우울증, 패륜 등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인성 상실의 시대, 물질만능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용인신문사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내가 생각하는 효, 내가 실천하는 효, 효에 얽힌 추억, 설화, 장유유서의 미덕 등 우리 사회를 좀 더 정 넘치게 할 수 있는 경험담과 일화 등을 발굴 연재함으로써 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인성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판단 신 삼강행실도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김미순 요양보호사

 



요양보호사가 되고자 마음먹었던 내 나이 60세 때를 되돌아봅니다. 인생은 60세부터 라며 말들 하지만 과연 내가 이 나이에 정말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시험을 봤고 결국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나요? 이렇게 봉사를 시작한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8년이 훌쩍 지나갔네요.”


어릴 적 장래 희망이 간호사였던 김미순 씨는 결혼하며 고향인 백암을 떠났고 서울에서 약사인 남편을 도와 약국을 운영했다.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이 타고난 운명이었나 보다.


어느 날 딱 10년만 시골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남편의 의견에 따라 백암을 다시 찾았고 살면서 정과 사랑이 넘치는 동네 사람들과 가족처럼 지내면서 지금까지 떠나지 않고 지내게 됐다.


버스정거장이 가까운 곳에서 약국을 운영하다보니 어느새 약국은 동네 어르신들의 휴식공간이 됐고 약국을 그만둔 지금도 동네 곳곳을 돌며 당시 가족 같았던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다닌다.


60살이던 어느 날,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났다. 특히 김미순 씨에게 유난히도 사랑을 많이 베푸셨던 아버지가 그리웠다. 어린 시절 손재주가 좋았던 딸을 무척 예뻐하셨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다. 갑자기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힘든 생활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느새 8년이 지났고 그 기간의 대부분을 노인전문요양원인 연꽃마을에서 시설생활어르신들과 함께 했다. 그동안 어르신들과 생활하면서 때로는 웃고 즐기는 소소한 행복도 있었지만 때로는 어르신 한분 한분의 삶을 들여다보며 가슴 아플 때가 더 많았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의 길을 걷는 것이 삶의 이치지만 나 또한 이 길의 끝에서 어떤 모습의 나를 대할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했다어르신들을 대하는 마음에 늘 초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찍 여의게 된 부모님은 늘 나의 그리움의 대상이었기에 지금 내가 돌봐드리는 어르신이 바로 나의 부모님이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생활하건 저기서 생활하건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소중한 삶 일진데 가족들과 떨어지고 사회로부터도 단절되다시피 한 이곳 시설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은 김미순 씨의 마음을 서글프게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복지가 점점 좋아지고는 있지만 좀 더 나은 여건이 허락돼서 어르신들이 우리 모두에게 짊어져야할 짐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존엄한 가치로 인정받아 남은 생을 존경받으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지인들이 이제 먹고 살만한데 본인의 노후를 즐기며 살라고 조언(?)도 하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어르신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이미 김미순 씨가 노후를 밝게 보내기 위해 생각해온 방법이 됐다.


시설 주변에 새싹이 돋아나면 새싹아 여기까지 나오느라 힘들었지?”, 새벽에 시설 주방에라도 들어가면 여기저기 소리 내며 뛰어다니는 귀뚜라미를 보며 오늘도 귀뚜라미 노래를 들으니 심심하지 않겠네?” 등 김미순 씨의 소녀감성은 시설에 소문이 났다.


장날 어르신들이 입으면 예쁠 것 같아 옷을 구입하고 양말을 구입하고 시설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입혀주며 예쁘다고 하면 어르신들이 행복해 한다. 이것이 김미순 씨가 먹고 살만한 생활을 보람 있게 보내는 방법이다.


어느 날 사회복지유공자로 용인시장 표창을 받게 됐다며 연락이 왔다. 그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표창은 생각도 못했다기쁘다고 말했다.<용인신문 - 박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