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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29

최은진의 BOOK소리 129

아픈 몸이 선사하는 위험한 기회!

아픈 몸을 살다

저자 : 아서 프랭크 / 출판사 : 봄날의 책 / 정가 : 8,500

 

 


아파보기 전까지는 절대 모른다. 아픈 몸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는 늙고 병들어 아픈 몸을 견뎌내다가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젊고 건강한 몸으로 살 때는 알 수 없는 인생의 참맛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때쯤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몸의 증언>의 저자, 아서 프랭크가 자신의 질병 경험에 대해 쓴 개인적인 에세이. 이 책의 시작은 편지 한통이었다고 한다. 사촌의 부탁으로 폐암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면서 자신이 아팠을 때 이런 편지를 받았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39살에 심장마비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듬해 암에 걸린 아서 프랭크. 그는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는지 나는 말해줄 수 없고, 어떻게 아파야 하는지도 말해줄 수 없다. 나는 다만 질병이 가져오는 현실의 일부를 증언할 뿐이라며 그저 아픈 몸을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픈 사람들은 많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어떤 희망과 공포를 품고 있는지 듣게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통증 속에 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아픈 사람이 자신의 고난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그리고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픈 사람에게 물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이런 이야기들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고,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언젠가 아프게 될 것이므로 이 책을 통해 아프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헤아려 보라고 조언한다.


아픈 몸은 고통과 두려움을 가져올 테지만 그만큼 많은 기회를 가져다줄 거라는 그의 바람은 이런 것이었다. ‘내가 쓰는 이 글에 다른 사람들의 손길이 닿길 바란다. 아픈 사람들이 이 글에 응답하길 바란다’. 그가 바라는 응답은 다른 이가 쓴 이야기 안에서 자신의 경험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아픈 몸을 살아내고 있는 세상 모든 이들이여! 부디 아픈 몸이 가져올 위험한 기회를 겸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기를. 그리고 그의 말처럼 운명을 저주하지 말고 당신 앞에서 열리는 가능성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그리하여 그가 한밤중 통증 사이로 엿본 아름다움을 당신도 경험할 수 있게 되기를.<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