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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리통신원 이상엽의 사진이야기

이상엽 작가 러시아 기행5 울란우데


시베리아열차를 타고 가는 러시아 기행 5 울란우데

 

잊힌 유산, 부활하는 유산

 

글 사진 이상엽/작가

 


부랴티아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의 중심인 소비에트 광장에 서면 거대한 레닌의 두상(頭像)이 보인다. 광장 주변의 소비에트식 건축물들은 마치 사회주의는 아직도 건재하다는 듯 위용을 자랑한다. 주변사람들은 모두 우리를 닮았으니 마치 작은 평양이라고 할까? 레닌 두상 옆에서 샌드위치로 아침을 때우는 프랑스 청년들은 ! 여긴 별세계 같아요!”라고 한다. 그 때 바로 옆에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플래카드를 꺼내들더니 데모를 시작했다. 재빨리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데모 사진은 내 전공 아닌가? 데모 사진의 생명은 이슈를 재빨리 파악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있다. 하지만 요즘은 텍스트만 전달해서는 재미없다. 인상적인 인물들의 표정과 이슈를 보충 설명할 적절한 배경이 필요하다. 이것을 순식간에 파악해 찍어내는 것이 데모사진의 묘미이다.


데모의 중심에는 칠순이 넘은 노인들이 있었다. 가슴에는 훈장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무슨 데모인가를 물었다. 빅토르 노인이 우리는 2차 대전 참전용사요. 그 보상으로 작은 아파트를 받았지. 그걸 상속할 수 없다는 거야. 우리가 죽으면 다시 뺏어 가겠다는 거지. 나는 인정할 수 없어라고 한다. 러시아는 이미 상속으로 결론 난 것이 이곳에서는 여전히 영구 임대일 뿐이다. 사회주의가 몰락한 다른 연방과 달리 이곳의 공기는 달랐다. 하지만 그 공기 안에는 달착지근한 자본주의의 냄새도 섞여 있었고, 쇠 냄새처럼 찝찝한 민족주의도 있었다. 데모하는 노인들 머리 뒤로 거대한 칭기즈칸의 간판이 보였다. 과거 위대했던 부랴트인들의 조상을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울란우데에서 사회주의는 잊혀져가는 유산이고, 민족주의는 부활하는 유산이다. 울란우데의 인구 60%는 러시아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당장 연방 탈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부랴트 지배층은 몽골과의 적극적인 유대를 도모한다. 그것이 부랴트민족의 성스러운 땅과 바이칼을 유지하는 길이라 굳게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용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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