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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31


최은진의 BOOK소리 131



완벽한 기억력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저자 : 데이비드 발다치 / 출판사 : 북로드 / 정가 : 13,800  

 

며칠 후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에게 울트라 수퍼 기억력이 생긴다면? 한번쯤 다들 꿈꿔봤을 이 능력을 마다할 수험생은 없을 듯하다. 철학자 피히테는 기억이 없다면 세계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 모두에게 기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험생뿐만 아니라, 자꾸 깜빡깜빡하는 일이 많아진 갱년기 주부들, 서서히 자신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질병인 치매를 걱정하는 노년층들에게도. 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memory man’인 이 책의 주인공을 만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전개되는 속도감과 독창적인 캐릭터들 덕분에 한번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적인 스릴러물.


우연한 사고로 인해 과잉기억증후군을 갖게 된 남자. 그 능력으로 유능한 경찰로 거듭나 맹활약을 펼치게 되었지만, 그의 완벽한 기억력은 축복에서 저주로 바뀐다. 아내와 딸이 무참히 살해된 현장을 목격한 그 날부터…. 나락에 떨어진 에이머스 데커의 삶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된다. 아픈 과거는 그의 삶을 절망스럽게 하는 원인인 동시에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 모든 것을 기억하는 그가 놓친 단 하나의 사실과 살인범을 찾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시작된다. 아내와 딸을 처참히 그놈을 잡기 위해서 저주에 가까운 그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데커를 통해 우린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의 고통을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발달된 기억력이 인간의 성격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그가 겪는 고통의 시간은 차라리 지옥에 가깝다. 나이가 들수록 흐려지는 기억력에 씁쓸한 기분이 들 때면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데커를 떠올리시라. 적당히 잊어버릴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새삼 감사하게 될 테니. 망각이 삶의 축복이란 사실만큼은 절대 잊지 마시고! 니체는 행복을 행복으로 만드는 것은 언제나 하나다. 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평범한 우리들에겐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가 가지지 못한 특별한 능력이 있다.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기억을 삭제하고 추가하여 왜곡시킬 수 있는 능력. 그 능력의 근원은 고통의 시간을 잊고 행복해지려는 뇌의 필사적인 노력 아닐까?<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