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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새ㅣ김정환


김정환

 

나보다 너

강력한 근육이다.

나보다 더

이유가 분명한 부리다.

나보다 더

목적이 뚜렷한 시선이다.

나보다 더

불길한 운명이다.

나보다 더

엄혹하 중력이다.

그래서 어디에나 있는

.

몸무게 없다.

연민 없이는.

한 천년 전부터.

 

김정환의 우주의 중심은 시인 자신이다. 시인을 중심으로 모든 연민과 모든 근육과 모든 부리와 모든 목적과 모든 운명과 모든 중력이 배치된다.‘나보다 더라는 구절의 반복은 시인이 우주의 중심을 이룬다는 언표다. 그의 우주는 새와 부딪쳐 산산조각이 난다. 우주의 중심이 새로 옮겨 가는 것이다.

새의 근육은 날 수 있는 근육이다. 시인의 근육은 항전하는 근육이다. 날 수 있는 근육이 더 강력하다. 새의 부리는 먹이를 쪼는 일이나 먹이를 사냥하는 일에만 쓴다. 사용하는 이유가 시인보다 분명하다. 시인의 부리는 독설과 패설과 온갖 욕망에 동원된다. 사용하지 않아도 될 곳에 사용한다. 설화를 부르는 부리다. 새의 시선은 목적이 뚜렷하다. 어느 가지로 옮겨 갈지, 어는 깃털에 목을 묻을지, 어느 먹이를 낚아챌지가 뚜렷하다. 시인의 시선은 늘 흔들리고 불안하다. 목적이 흐려지고 사물의 본질이 안보이고 문장의 빛이 어디쯤서 흐려지게 될지 몰라 시선이 흔들리는 것이다. 시인의 운명은 불길하다. 부도덕한 정권을 타도하고 싶었고 약자들의 목소리를 어디든 전하고 싶었고 견고한 기득권의 세력과 맞서 피 흘리고 싶었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새의 운명은 시인의 운명보다 더 불길했다. 언제 어디서 산탄이 날아올지, 더 강한 날개에 채여 눈동자를 덮을지, 보이지 않는 그물에 걸려 술안주가 될지, 걸려들면 치명적이어서 시인보다 불길한 운명인 것이다. 하늘이 거처인 새에게 중력은 엄혹할 수 밖에 없다. 날개의 부력이 몸무게를 이길 수 없으면 추락할 수 밖에 없다. 비상 할 줄 모르는 새는 새가 아니다. 새에게 중력이 엄혹한 이유다. 새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갖는 연민이 있기 때문이다. 연민의 무게로 나는 새가 도처에 있다. 시인은 연민 없이 몸무게를 갖지 못하는 존재다. 김윤배/시인<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