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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이쯤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반백의 노인들이 길에서 짐을 지거나 이고 다니지 아니하며, 비단옷을 입으며, 고기를 먹으며, 백성들이 굶주리거나 추위에 떨지 않게 하고서도 왕 노릇을 제대로 못한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


맹자가 위나라 군주 양혜왕에게 한 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존엄할 권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최저 임금 만원의 약속이 죄송이란 말과 함께 8350원으로 그치는 순간 방정맞게도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의식주(衣食住)는 사람의 품격을 결정짓는 가장 기본 단위다. 그중에 보다 더 절실하고 이보다 더 간절한 게 또 있을까. 세상에 춥고 배고픈 설움보다 더한 게 있을까마는 백성이 못 먹고 배고픈 것은 모두 임금 책임이라는 게 맹자의 생각이다.


맹자는 또 말한다. 옛날, 어진 임금은 백성을 위해 생업을 마련할 때(시고명군제민지산是故明君制民之産) 반드시 위로는 부모 섬김에 풍족히 하고(필사앙족이사부모必使仰足以事父母) 아래로는 처자를 먹여 살리기에 풍족하게 한다(부족이축처자俯足以畜妻子). 그렇기 때문에 백성들은 이런 지도자를 따르는 게 수월하다(고민지종지야경故民之從之也輕.孟子梁惠王章句上1-7)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백성들은 지도자를 따르기가 무척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고 그 지도자와 그 일당들이 마치 무슨 몹쓸 짓을 해서 나라가 발칵 뒤집힐 만큼의 사안이 드러난 것은 없다. 그렇다고 또 국격이 무너질 만큼의 부정이나 비리가 툭하고 도드라진 것도 현재까지는 아니다.


여기에는 아주 단순한 명제가 있다. 백성이 배고프다는 것. 그게 전부다. 왕은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왕자이민위천王者以民爲天)했다. 왕 조차도 하늘로 삼는다는 그 위대한 백성이 처한 현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본디 백성이란 밥을 하늘로 삼을 뿐이다(이민이식위천而民以食爲天). 저들이 하기 좋은 말로 왕의 하늘은 백성이라고들 하지만 그 말을 바보 천치 아닌 다음에야 액면 그대로 믿는 백성은 없다. 백성은 저들의 노예일 뿐이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작고한 어느 코미디언의 말처럼 이쯤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난 토끼 잡으려다 든 토끼마저 놓치지 말고.<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