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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권력과 보복


동서고금을 무론(毋論)하고 권력에는 늘 보복이 따른다. 물론 권력을 잡은 쪽에서는 정치적 보복은 없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당하는 쪽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권력을 이보다 더 명징하게 정곡을 찌른 말이 또 있을까. 권력에도 유통기한은 있다는 말이다. 본래 정치란 국민을 보호하고 잘먹고 잘살게 하며 더 나아가 맘 편하게 해주는 행위이다.


옛날 고리짝 아마도 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쯤에 땅을 때리며 노는 늙은이들의 세월 좋은 노랫가락이 있었다. 이 모습을 본 후대 사람이 이를 그대로 적어 전하길 격양가(擊壤歌)라 했다. 해 뜨면 일하고(일출이작日出而作), 해 지면 잠자고(일입이식日入而息), 목마르면 우물파고(착정이음鑿井而飮), 배고프면 밭 갈아 먹으니(경전이식耕田而食) 임금의 힘인들(제력우帝力于) 내게 쓸모가 있으랴(아하유재我何有哉).


내 집에서 우물 파는데 허가 받을 일도 없고, 농사를 지은들 세금 낼 것도 없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른바 함포고복(含哺鼓腹)의 삶이다. 길바닥에 드러누워 한 손으로는 배를 두드리며 다른 한 손으로는 땅바닥을 토닥이며 흥얼거리는 일이다. 사마천은 한술 더 떠서 마치 보기라도 한 듯이 기록하고 있다.


임금은 백성들과 똑같은 초가집에 살면서 방안에 장식품도 없으며 늘 백성들의 삶에 마음을 쏟아 백성이 굶으면 임금도 굶었고, 백성이 추위에 떨면 임금도 함께 떨었으며 백성이 죄를 지으면 임금도 죄인처럼 괴로워했다. 황보밀의 기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요임금이 다스리자(제요지세帝堯之世) 천하는 크게 화평 하였고(천하대화天下大和), 백성들은 걱정이 없었으며(백성무사百姓無事) 팔십 먹은 늙은이가(유팔십노인有八十老人) 길에서 흙덩이를 두드리며 놀더라(격양어도擊壤於道). <晉皇甫謐帝王世紀>


세상에나 만상에나 도대체 어떻게 나라를 다스렸기에 백성들이 저리도 편하고 행복할 수 있더란 말인가. 바로 여기에 나라 다스림의 요체가 있는 것이다. 임금과 백성이 서로 막힘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백성은 무슨 짓을 해도 그것이 죄 될리가 없으며 임금은 뭘 해도 백성에게 이로움이 되면 된다는 말이다. 24사 명사(明史)에 이르길 임금과 백성이 정서적으로(상하지정上下之情) 막혀서 통하지 못하면(옹이불통壅而不通) 천하의 폐단은(천하지폐天下之弊) 이로부터 쌓인다(유시지적由是而積). 여기서 요즘 유행하는 단어 적폐(積弊)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적폐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말이다.<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