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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최은진의 BOOK소리 138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살아남은 자들이 지켜야 할, 죽고 싶은 사람들

저자 : 임세원 / 출판사 : 알키 / 정가 : 13,800

 

 


자기 앞에 놓인 뜻밖의 불운을 두고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다짐하며 삶의 의지를 다지던 정신건강전문 의학자 임세원.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꿈꾸게 했던 선한 의지는 한순간의 칼부림에 꺼져버렸다. 세상에 누구도 진심으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며 살아남은 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그의 에세이집.


그는 말한다. 어떤 사람도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이제는 고인인 되어버린 그의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지가 고스란히 담긴 책을 보며 그의 죽음이 다시 한 번 가슴을 찌른다. ‘통증은 피할 수 없지만 절망은 선택할 수 있다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던 그의 진심이, 이 책을 통해 더 먹먹해진다.


고통이라는 것은 정말 주관적이기 때문에 타인이 그 고통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종이에 베인 손가락 하나의 통증을 이야기하는 것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배워왔던 지식에 의존해 선생님은 이 병을 몰라요라는 환자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의사였다. 그러다 극심한 통증과 우울증을 겪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오만함을 반성하고 비로소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자살을 결심하고 죽음의 문 앞까지 가보고서야 그는,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죽고 싶은 건 아니라는 걸, 그들도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는 걸 알게 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한 일이란 걸 경험으로 알게 된 그는 말한다. 고통을 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고통을 지닌 채 살아간다고.


자신의 고통을 담담히 마주하고 살아가던 그의 삶은 고통을 통제하지 못하는 한 환자의 극단적인 행동으로 황망하게 끝이 나 버렸다. 뉴스에서 그의 죽음을 접한 사람들의 충격은 한동안 지속되다가 이제는 다른 이슈들에 묻혀 옅어지고 지워져간다. 유고집이 되어버린 이 책은 그를 죽음으로 내몬, 우리로선 이해 못할 환자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머리로 환자를 대하는 의사였다가 환자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공감하고 성실히 치료하는 의사로서 변모하는 성장기가 가슴을 울린다. 더불어 인간으로서, 가장으로서 인간내면의 성숙을 보여 주고 있다. 성장은 고통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걸 몸소 보여준 의사 임세원.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안전하고 완전한 치료 시스템이 속히 마련되길.<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