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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강민 김태수 '전쟁시집' 출판기념회

'백두에 머리를 두고', '베트남, 내가 두고 온 나라'



용인에 거주하는 강민, 김태수 시인 출판기념회가 지난 6일 포은아트홀 이벤트홀에서 용인문학회 회원 등 60여명의 문인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최근 펴낸 강민 시인이 시선집 백두에 머리를 두고(창비 간), 김태수 시인의 시집 베트남, 내가 두고 온 나라(푸른사상 간) 출간을 축하하는 자리. 두 시인 모두 6.25 전쟁과 베트남전, 전쟁에 참전했고 그 체험이 시편들에 묻어나고 있어 전쟁과 인간과 문학을 주제로 강연과 시 낭송이 이어졌다.



“‘우리 죽지 말자며 내밀던 그의 손/온기는 내 손아귀에 남아 있는데/그는 가고 없었다/냄새나고 지치고 더럽던 그의 몸과는 달리/새벽별처럼 총총하던 그의 눈길/19508월 경안리/새벽의 주막 사립문가에서 나는 외로웠다” (경안리에서부분)


고등학교 3학년으로 6.25를 맞은 강민 시인이 남으로 피난 가다 진격해 내려오는 또래의 인민군을 경안리에서 만난 상황과 대화를 다룬 일종의 짧은 이야기 시 마지막 부분이다. ‘우리 죽지 말자고 적의(敵意) 없이 헤어지는 상황에서 남북이니 이념이 아니라 휴머니즘,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읽을 수 있는 시다. 그해 12월 극우단체의 협박에 못 이겨 국민방위군 임시사관학교에 들어가 18세 나이로 임관돼 6.25를 치른 목불인견의 처참한 상황과 심경을 출판기념회 자리에서 털어놓았다.


1962년 등단한 강 시인은 이듬해인 1963년 김수영, 신동문, 고은 시인 등과 함께 시동인 현실을 결성해 현실을 직시하는 창작활동을 펼쳤다.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한국작가회의) 결성에도 적극 참여한 이래 지금도 원로로 활발히 활동하며 많은 문인들과 교류하고 있다.


문단에선 술 한 번 밥 한 끼 안 얻어 먹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선배 잘 모시고 후배 잘 챙기는 문단 마당발이 강 시인이다. 이번 시선집을 기획한 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 씨는 발문에서 그런 강 시인의 삶과 시세계를 지사적(志士的) 심성을 늘 간직하고 살아온 서정(抒情)과 우국(憂國)의 적절한 조화라고 평했다.


교정에 부는 더운 바람 종소리도 없고/엊저녁 베트콩이 진을 쳤다는/운동장의 풀들이 마르고 있다//발이 너른 아이들은 어디 갔을까/깨어진 유리창에 반사되는 햇빛들/맥없이 무너지는 나라의 설움으로/운동장의 풀이 마르고 있다//나 또한 가난한 나라의 선생/두고 온 까만 아이들도 있고/꽁보리밥 도시락에 부끄러워하는/산골 아이들도 있고” (둑민촌의 폐허가 된 시골 초등학교부분)


초등학교 교사로 있던 중 입대, 졸지에 베트남전에 참전한 김태수 시인의 베트남, 내가 두고 온 나라는 참전에서부터 입국까지의 전쟁의 나날을 기록한 베트남전쟁 연작시편. 전쟁 활극 시편이 아니라 위 시에 보이듯 전장의 의미와 인간성을 묻고 있는 시집이다. 시집을 내며 내 양심의 상처가 다소 아물게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듯 미국 제국주의의 대리전, 용병으로 어쩔 수 없이 참전해 상처 받은 양심이 드러낸 전장의 비인간적 실상이 이 시집이다.


이날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의 시인 김준태 씨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진실,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 감동을 주는 시집이라고 같은 베트남전 참전경험으로 이 시집을 평했다. 또 베트남 참전 경험을 장편소설화 한 황색인으로 문단의 주목도 받고 장안의 지가도 높였던 소설가 이상문 씨(전 펜클럽 이사장)도 참석, “이제 비인간적인 전쟁과 그 상흔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세계로 나가자며 두 시인의 시집에 축배를 들었다. <이경철 시인· 평론가)<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