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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고독이란 씨줄과 날줄로 엮은 시어

화제의 시집 _ ‘우리만 모르게 새가 태어난다’


최서진 시인, 두 번째 시집 발간

 

                 


액체에서 고체로 가는 아이가 있어/ 눈보라는 가벼운 아이// 그가 도착한 곳은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행성/ 반복되는 실패의 자리마다 얼음이 부풀어 오른다// 새가 되고 싶은 꿈/ 발밑으로 새의 시체가 쌓여 얼어간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시 돌아가는 걸까// 물 안을 향해/ 달리는 기차를 향해// 우리는 속도주의자/ 먼 옛날의 까마귀의 목소리가 들릴 때/ 아버지의 소리가 죽음을 뚫고 나올 때/ 질주하던 차가 가장 크고 아픈 턱에 이른다


최서진 시인이 최근 펴낸 우리만 모르게 새가 태어난다(파란)에 실린 <눈보라 아이>의 전문이다. 시인은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시 돌아가는 걸까.” 우리는 '어지러운 머리 위로 밤하늘이 생길 때'에도 '영하의 들판에서 서성'거렸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신발을 잃어버린 아이들처럼 몰려드는 비둘기'가 되어 '사람이 사라지는 서쪽을 오래도록 지켜'보고 있는 것일지도.


이병률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시인의 시야는 온통 고독한 점선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그의 시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것들과 사랑에 빠지고 있음을, ‘사람은 깨지기 쉬우므로 고독과 사랑하거나 동시에 불안과 연애하고 있음을 노래한다.”면서 세상의 피부를 벗겨 내 재생해 낼 줄 아는 시인이 있어 이 땅의 시의 숲이 풍성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검은색이다/ 검은색으로 날아간다/ 죽은 말들이 허공에 떠다닌다/ 나는 여러 번 죽었다 태어난다/ 검은 새가 예정되어 있는 곳으로라고, ‘시인의 말을 적고 있다. 허공에 떠다니는 수많은 죽은 말들을 시로 엮는 검은 마법사가 되어 하늘을 날고 싶은 것은 아닌지.


최서진은 2004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16년 첫 시집 아몬드 나무는 아몬드가 되고를 냈다.

<용인신문 -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