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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최은진의 BOOK소리 141

우리 미술이 발견한 58개의 표정

얼굴이 말하다

저자 : 박영택 / 출판사 : 마음산책 / 정가 : 22,000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얼굴들, 그 중에는 한 번 보고도 잊을 수 없는 얼굴이 있는가 하면 기억조차 할 수 없는 무의미한 얼굴들도 있었을 것이다. '산다는 건 얼굴을 만나는 일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얼굴이 담고 있는 표정과 의미를 미술작품을 통해 들여다보는 시도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살면서 자기 얼굴을 한번이라도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거울을 통해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얼굴에 대해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나도 몰랐던 나의 얼굴과 그 얼굴이 만들어내는 표정들로부터 사람들은 나를 읽는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이 들려주는 '얼굴' 이야기. 10개의 주제, 58명의 예술가와 그 대표작을 중심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 문화를 말한다. "얼굴은 사회적인 텍스트이자 비명"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얼굴을 제재로 한 작품들에는 개인 삶의 궤적은 물론 사회· 역사· 문화의 코드가 담겨 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 중요한 것은 말 이외의 다른 것들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말보다 더 큰 의미와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중 하나가 얼굴이 아닐까 싶다. 얼굴에 관한 그의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얼굴은 책이다. 그가 살아온 삶의 이력과 상처들로 울울한 숲이다. 따라서 얼굴은 속일 수 없다. 그것은 문자로 쓰일 수 없는, 쓰이지 않은 역사책이다. 따라서 우리는 누군가의 얼굴을 읽는다. 본다는 표현은 어딘지 부족하다. 얼굴은 읽어야 하는 텍스트다.   


40대가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건 참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내가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나이가 들며서 얼굴에 고스란히 스며든다는 것이므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거울 속 나의 얼굴이, 늘 보던 사람들 얼굴이 예사로이 보이지 않는다. 미술 작품 속 얼굴들이 오버랩되면서 어떤 이미지를 자꾸 떠올리게 된다. 저자가 찾아낸 얼굴들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일상생활에서도 이어지는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 그리고 평소에 짖는 표정들이 나를 만든다는 거 잊지 말자. 그러니 지금 당장 입꼬리를 올리고 행복하게 웃는 연습을 하자. 내 얼굴이 남들에게 기분좋은 텍스트로 읽히게 하기 위해서.<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