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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누가복음 12장 20절


사마천司馬遷48세에 생식기를 뿌리째 뽑아 토막 내 짐승의 먹이로 던져지는 치욕적인 형벌 궁형을 당하고도 기어이 살아남아 사기史記라는 걸작을 남긴 인물이다. 그가 자신 만큼이나 불행했던 벗 임안任安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사람이라면 최소한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를 독백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지만(인개유사人固有一死)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혹중어태산或重於泰山),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나니(혹경어홍모或輕於鴻毛) 이는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용지소추이야用之所趨異也).”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벗 임안에게 보내는 답장>


이글에 대한 부안설을 찾으라면 아마도 누가복음 1220절이 그중 가장 적절할 것이다. 한 부자가 그 밭에 소출이 풍성하매 마음에 생각하여 이르되 내가 곡식 쌓아 둘 곳이 없으니 어찌할까 하고 또 이르되 내가 이렇게 하리라. 내 곳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 두리라. 또 내가 내 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리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우암의 문도 서포김만중의 형 광성부원군光城府院君 김만기金萬基를 일러 세상 사람들은 말하길 집안의 부가 넘쳐 귀를 눌렀고, 가 넘쳐 부를 앞질렀다고 했다. 이를 모르지 않는 김만기는 행여라도 부와 귀로 인해 자녀들이 남에게 우쭐할까를 염려하여 가정의 법도를 지독히도 엄하게 했다. 그 속에서 자란 이가 아들 김진규金鎭圭. 어느 해 봄엔가 7세 아들 김양택金陽澤이 입춘첩立春帖에 만사여의萬事如意란 글을 힘차게 써서 큼지막하니 붙인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란 아들 김진규는 황망히 입춘첩을 떼어내면서 아들 양택을 엄히 꾸짖는다.


사람이 세상에 나서 한두 가지도 마음먹은 대로 하기가 어렵거늘 하물며 모든 일을 잘되게 해달라고 입춘첩에까지 써서 하늘에 빌다니 욕심이 지나치면 화가 이름을 어찌 모르는가. 기독교경전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 <신약성서야고보서 1:15> 얼마 전 대한항공을 이끌던 조양호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들으며, 꼭 싶은 말이 있다. 부디 남은 자들이라도 속죄하며 사시길.<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