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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142


최은진의 BOOK소리 142

평범한 할머니의 세상을 향한 역습!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저자 : 도로시 길먼 / 출판사 : 북로드 / 정가 : 13,800

      


유쾌, 상쾌, 통쾌! 삼박자가 다 갖춰진, 불필요한 폭력 없는 흥미진진한 서스펜스. 이렇게 허당기 넘치는 실수투성이의 귀여운 할머니를 다 봤나? 요즘 말로 병맛같은 스토리로 시간순삭이라는 말이 뭔지 알게 해 주는 폴리팩스 부인의 매력에 풍덩! 빠질 준비 되셨는가? ‘웃음을 원하건, 스릴을 원하건 폴리팩스 부인이 정답이라는 뉴욕타임즈의 한줄 평이 팍 꽂힌다. 웃다가 가슴 졸이다가 결국은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이 당신의 시간을 도둑질하게 될 것이다. 요즘처럼 속시원한 해결책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답답한 뉴스만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 짜릿한 반전이 있는 악의 소탕작전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


 에드거상 그랜드마스터 도로시 길먼의 대표작.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1970년과 1999년에 영화화되었을만큼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35년 전 작품이라 지금의 시각에선 스토리가 어쩐지 익숙하고 새롭진 않을 수 있다. 최첨단 장비와 혀를 내두르는 추리력과 번득이는 발상으로 우릴 놀라게 하는 영웅캐릭터가 무더기(예를 들면 어벤저스같은 영화)로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니까. 하지만 그 식상함을 폴리팩스 부인의 생기발랄하고 엉뚱한 매력이 모두 잠재워 준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할머니가 스파이가 된다는 발상부터가 재밌다. 무기라고는 그저 나이 든 사람 특유의 편안함 뿐, 그러나 그 편안함이 주변 사람들을 경계심을 완전히 무장해제시키는 특별한 무기가 된다. 거기에 그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가 더해져 사건을 해결한다.


 목숨이 위험한 위기의 순간에 인생의 의미를 곱씹을 줄 아는 여유를 가진 할머니. 스파이 모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현관 앞에 서서 생각하기를 '나는 이렇게 변해서 돌아왔는데 세상은 여전하구나'라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녀. '나이를 떠나서, 누구나 자신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서서히 말라서 바스라지고 말지요. 녹이 슬고 인간성이 분열된단 말입니다' 그녀의 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런 게 아니었을까. 한편으로 뻔하고 비현실적인 영화같은 이야기. 하지만 우리에겐 가끔 현실을 잊고 아무 생각없이 즐거워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폴리팩스 부인이 답이다.<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