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강자는 계손씨로 노나라의 권문세도가 삼가문三家門 중 가장 세력이 강한 집안으로 애공을 도운 공자와는 이를 북북 갈 정도의 원수지간이다. 그렇다고 공자의 사회적 위상이 감히 함부로도, 그렇다고 멀리 할 수도, 가까이 할 수도, 그 어느 것도 마뜩찮게 할 수 없는 그런 관계인데 하필 애공哀公 3년 7월 계강자에게 절호의 기회가 온다.
당시 계씨 집안의 최고 실권자 兄계손사가 첫 아들이 막 태어남과 동시에 비명횡사한다. 이에 동생 계강자는 이때를 틈타 이제 막 태어난 형의 아들이자 장차 계손씨 집안의 실권자가 될 조카마저 죽이고, 계손씨 집안의 실권자가 된다.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껄끄러운 관계의 공자를 초빙해 정치에 대해 묻는다<계강자문정어공자왈季康子問政於孔子曰>. “만약 도가 없는 사람을 죽여서<여살무도如殺無道> 도가 있는 사람을 성공시켜준다면<이취유도以就有道> 괜찮지 않겠습니까?<하여何如>”
공자 답하길<공자대왈孔子對曰> “정치를 하면서<자위정子爲政> 사람까지 죽일 필요가 있겠는가?<언용살焉用殺. 論語顔淵>”. 어린 조카를 죽인 것에 대한 공자의 일침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일로 기가 꺽일 그가 아니다. 모른 척 하고 정치에 대해서 또 묻는다<계강자문정어공자季康子問政於孔子>. 그러자 공자는 너나 잘하세요. 라는 식의 답을 한다.
공자 답<공자대왈孔子對曰> “정치는<정자政者> 바름이다<정야正也>. 너 자신부터 바르게 간다면<자수이정子帥以正> 어느 누군들 감히 바르지 않으랴<숙감부정孰敢不正.論語顔淵>”
세종 임금의 7대손 백강 이경여 선생의 아들 서하 이민서李敏敍 당시 효종 때 정언의 지위에 있으면서 올린 상소문의 한 대목 첫줄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라의 일이 날로 위태해지고<국사일위國事日危> 백성이 날로 야위어 갑니다<민생일췌民生日悴>. 위태하여도 구제하지 않으면<위이불구危而不救> 망하게 되고<즉지어망則至於亡>, 야위어도 돌보지 않으면<췌이불휼悴而不恤> 흩어지게 될 것입니다<즉지어산則至於散. 효종실록권14.6년1655乙未5월11일甲午>”
삼백 하고도 오십 여년이 훨씬 지난 그 호랑이 담배 물던 시절 같은 그쯤에 이토록 훌륭한 벼슬아치가 있었다니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은 정치인이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인들을 먹여 살리느라 피골이 상접해가는 중이다.<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