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밀어?’ 어느 국회의원이 했다는 지극히 짧은 단발마 탄성은 말의 인플레이션을 느낀다. 아니 권력 맛에 기울어진 인성의 정체성에 대한 절창이란 생각이 든다. ‘사람을 밀어?’라고 했어도 그 두려움은 만만찮았을 텐데 ‘국회의원을 밀어?’라는 말 한 마디 속에는 본인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 따라 가공할 수 없는 공포로 다가올 수도 있다.
힘없고 그야말로 들풀보다 더 여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들이 한 표씩 찍어줘서 저들은 국회의원이 됐다. 선거 때는 코가 땅에 닿도록 굽실거려가면서 세상에 이보다 더 착하고 이 보다 더 예의바른 사람은 아마도 없을거야라는 듯이 한 표를 위해 온갖 겸손과 갖은 아양을 떨때가 있었거늘. 이젠 금뺏지 달았으니 적반하장 플러스 안하무인격. 의원님 됐다 이거지? 이런 보도를 접할 때마다 뒷맛이 개운치 않다. 아니 일주일 내내 기분이 나쁘다. 또 다른 어느 국회의원은 누군가에게 인간으로서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 부었다 한다. 당사자는 모멸감에 치를 떨며 하소연은커녕 찍소리도 못 내고 서둘러 사표를 쓰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이리라.
해당 국회의원은 사과문 몇 자 읽고는 ‘뭐 어쩌겠어. 대한민국 국회의원인데’ 라는 듯 의기양양하니 허리 꼿꼿이 편 채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고 전한다. 누군가에게 용서를 빌 때는 그렇게 승자의 쩌는 오만함이 묻어나는 태도로 하는 게 아니다. 사과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사과에 합당한 예물이 필요하다. 방법은 하나다. 국회의원직 사표를 내고 전 재산 사회에 환원하고, 한마디 꼭 첨언한다면 “죄송합니다.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면 진정으로 용서를 빕니다. 오늘 이후로 저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습니다. 평생을 속죄하며 살겠습니다.”라고, 당사자에게 사과를 하는 거다.
기자들 잔뜩 모아놓고 사과문 몇 글자 딸랑 읽어 주고는 ‘똑똑히 봐라! 난 분명히 사과 했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봐라. 난 분명히 사과 했으니까.’
이런 식이라면 본인에겐 사과일수 있어도 누군가에겐 협박이다. 동학 때 고부군수를 지냈다는 천하의 몹쓸 인간, 이름 거명하기도 입이 더러워진다는 그 뭐시기란 놈도 이런 쌍욕을 했다는 말은 아직 못 들어봤다. 물론 악마에게도 종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신이 키운다는 그 악마들의 종이 될 수는 없는 일 아닌가.<용인신문>